[Inside DVD]
[서플먼트] 키에슬로프스키 생전의 영화철학을 듣다
2007-03-02
글 : ibuti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특별판> 1991년 /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96분 / 1.66:1 아나모픽 / DD 2.0 폴란드어 & 프랑스어 / 한글, 영어 자막 / 태원엔터테인먼트(2장)

나비로 환생한 발레리나처럼….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1990년대가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었다. 과거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느끼고 극영화로 옮겨오면서 카메라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이끌렸던 그는 이제 환상적이고 시적인 양식으로 존재의 수수께끼 같은 본질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얼굴로 태어난 베로니크와 베로니카의 엇갈리고 교차되는 삶을 그린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키에슬로프스키를 처음 만난 필자는 영화를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써야 했다. 이미 그가 가고 없는 지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DVD에 감독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을 리 없다. 대신 여기엔 영화 제작 당시 그와 나눈 대화(53분)가 수록되어 있다. “충치가 생기면 이가 아프듯 보편적인 감정은 모든 인간이 똑같이 느낀다, 배우가 내면을 충실히 드러낼 때에만 생동감있고 입체적인 인물이 완성된다, 나의 영화는 마음을 열고 봐야 한다” 등 연출과 연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들려주던 그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주제가 ‘삶을 더욱 신중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식 혹은 무의식 중에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에 각자 책임감을 느끼며 행동하라는 뜻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전의 작품 세계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1966년~1988년: 폴란드의 영화감독 키에슬로프스키’(31분)와 단편영화 네편- <음악가들>(10분, 감독 은사의 작품), <공장>(18분), <병원>(21분), <기차역>(13분)- 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 하나, 주연을 맡은 이렌느 야곱과의 인터뷰(17분)는 그녀의 연기를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반가운 선물이다. 감독의 특이한 오디션과 비범한 연출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녀에게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바로 다른 엔딩을 포함한 15개 버전의 편집본이 존재했다는 것. 그야말로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감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감독님, 뭘 그렇게 먹는 거예요?
현장에서의 키에슬로프스키와 야곱.
오후 내내 오디션을 받아야 했어요.
단편영화 <기차역>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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