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델마와 루이스'가 된 두 남자, <쏜다> 첫 공개
2007-03-0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시 3월 6일
장소 신촌 메가박스

이 영화
모범 시민 박만수(감우성)는 어느 날 아침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는다. 이유인즉슨 그가 너무 사건사고가 없는 지루한 남편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을 흘려듣고 회사에 가니 이 번에는 직장 상사가 해고 통보를 한다. 마지막 회식자리라고 가 앉으니 이번에는 술값을 내고 가라고 모두가 부추긴다. 분을 참지 못한 박만수는 드디어 술상을 엎고 법 따위는 꺼지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꿈이 카 레이서였던 박만수는 윤리 교사 아버지의 준법정신 가르침에 따라 일말의 오차도 없이 법을 지키며 살아온 보기 드문 소시민이다. 그러나 이 하루의 엉킨 일과가 원인이 되어 그를 다이너마이트처럼 위험한 범죄자로 만든다. 노상방뇨로 파출소에 끌려간 그는 그곳에서 잡범 전문 양철곤(김수로)을 만난다. 양철곤은 먹고 살기 힘든 이 세상보다 교도소의 정해진 생활을 더 원하는 희귀한 사람이며, 알고 보니 사연이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다. 박만수와 양철곤은 호송 중 우연히 경찰의 총을 빼앗아 같이 도주하게 되고, 사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말말말
“배우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겨우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켰냐는 말이 안나오기를 바라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감독 박정우
“영화 몇 편 안 했지만 큰 기대를 안고 개봉한 적은 없기 때문에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할리우드 영화보다 나은 것 같다”- 감우성
“비키니 입으면서 시작했는데 끝날 때 되니 오리털이 보이더라”- 김수로

100자평
주인공 박만수가 술상을 뒤집어엎으며 자기의 소시민적 준법정신에 모멸감을 준 동료들, 아니 영화를 보는 실제의 너 혹은 나의 얼굴에 회칠을 가할 때까지 이 영화는 확실히 야릇한 쾌감과 반성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 뒤로 이야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많은 사회적 악습과 모순을 다수 건드리는 것을 동력 삼는다. 그러나, 비약적인 플롯과 대립각을 통해 지나치게 상투적인 수준의 원론만을 되풀이하다 끝난다. 그들은 갑자기 박만수와 양철곤이라는 이름을 빌어 한국에 나타난 델마와 루이스가 되는데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씨네 21 정한석 기자

<쏜다>는 단순명쾌한 이야기다. 평생 규율에 맞춰 살아온 남자와 사회의 밑바닥에 선 남자가 세상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들의 일탈은 분명 가슴 후련한 맛이 있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카 체이싱은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수준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울분의 표출,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두 주인공의 삶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적시하기보다는 상투성에 머무르고, 그들의 일탈 역시 밥상을 뒤엎거나‘질서를 지킵시다’ 표지를 뜯는 식의 1차적인 카타르시스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점차 파국으로 흘러드는 두 사내의 행보는 사실상 전복이라기보다는 비극을 위한 작위적인 장치에 가깝다. 쏘고 싶은 욕망은 충천하지만, 정작 총구를 겨누어야 할 과녁은 모호하다.
씨네 21 최하나 기자

<바람의 전설>로 데뷔한 박정우 감독의 신작 <쏜다>는 착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려 한다. 유머를 통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한편 소시민의 삶을 더듬는다는 점에서 <쏜다>는 박정우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였던 시절 선보인 작품들인 <주유소 습격사건>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등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 감우성, 김수로의 투톱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때때로 효과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그럼에도 간간히 플롯에 구멍이 뚫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머와 비극이 불균질하게 섞여있으며 일부 캐릭터의 경우 일관성이 없기 때문.
씨네 21 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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