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혹은 20년 전을 생각하다보면 그 무렵 노래가 다시 들리고 영화 포스터가 보이곤 한다. 그리고 티파니, 데비 깁슨, 주윤발, 패트릭 스웨이지, 뉴 키즈 온 더 블록, 알리사 밀라노 등이 비닐코팅된 책받침이나 돌돌 말린 브로마이드 판형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짧은 시간 우상이었고 문화였으나 곧바로 추억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잊혀진 이들. 그들은 젊은 시절 어떤 모습으로 빛났었고 지금은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사라져버린 많고 많은 스타들 중에서 일곱명을 골라 다시 추억해본다. 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이들이라면 이들을 모를 수도 있겠지만, 다만 이렇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이 일곱명의 배우는 한때 동방신기 같은 존재였다고.
마른 몸에 쏟아지는 에로틱한 관심 탓!
<연인>의 어린 요정이었던 제인 마치
한때 그녀는…
장 자크 아노는 잡지 <저스트 세븐틴> 표지만 보고 곧바로 제인 마치를 <연인>의 오디션에 초대했다. “그 어린 소녀는 세상을 지루해하는 듯한 분위기와 반항기 어린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투박한 천으로 만든 원피스에 남자 벨트를 매고, 세상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 나른한 눈으로 탁한 열대의 강물을 응시하던 소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인 소설을 각색한 <연인>은 스무살도 안 된 마치를 나보코프의 어린 요정 롤리타와도 같은 존재로 만들었고 느닷없는 명성 또한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연인> 이후 마치는 그 가늘고 작은 몸에 쏟아지는 성적인 호기심을 감내해야만 했다. 고향인 영국에서 파리로 이사한 마치는 “소프트 포르노 같은 느낌”의 시나리오를 여러 편 거절했지만 이상하게도 에로틱한 스릴러 <컬러 오브 나이트>를 두 번째 영화로 택했다. 브루스 윌리스와의 섹스장면이 <연인>과 비슷한 호기심을 불렀던 이 영화를 찍으며 마치는 열다섯살 연상의 프로듀서 카르민 조소라와 결혼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렇게 요정은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은…
카르민 조소라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들에 마치를 출연시켰지만 이미 한풀 꺾인 스타덤은 다시는 오르막길을 만나지 못했다. 워낙 작고 마른 몸을 가졌던 마치는 1998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끼>를 찍을 무렵 “뼈만 남았다”는 묘사와 함께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데다가 대본이 수정되면서 첨가된 강간장면이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는 소문. 2001년 이혼한 마치는 3년 뒤 주얼리브랜드 초파드 모델이 되었고, 2006년에는 현재 후반작업 중인 호러영화 <로그>에 출연했다.
만약에…
마치는 <컬러 오브 나이트>에서 다중인격자를 연기하며 소년으로 분장하기도 했다. 발육이 덜 된 듯한 육체는 롤리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예쁘장한 미소년도 어울린다. 그녀가 중성적인 매력을 살렸다면 에로틱하고 느끼한 연기는 그만두어도 되지 않았을까.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저버렸군요~
<블레이드 러너>에서 만인의 꿈의 여인이었던 숀 영
한때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안드로이드 레이첼은 많은 남자들에게 꿈의 여인이었다. 비밀을 간직한 그녀는 팜므파탈처럼 보이다가도 천진한 영혼을 드러냈고, 기계이지만 연약하여 보호받아야 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 무렵 스물두살이었던 숀 영은 문화적인 충격을 던졌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그 자체에 못지않게 충격적인 여배우였다. 이후 그녀는 <노웨이 아웃> <월 스트리트> 등에 출연하며 스타덤을 굳히는 듯했지만 제임스 우즈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연이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제작자들이 꺼려하는 여배우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배트맨2>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캣우먼 차림으로 팀 버튼을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배트맨> 때도 그러했듯 또다시 거절당하고 말았다. 최대 굴욕 사건은 <에이스 벤츄라>. 이 영화에서 숀 영은 여장남자를 연기했는데, 그렇다면 “거시기는 어디에?”라는 물음에, 충격적인 실루엣으로 답했다. “나는 젊고 아름답다. 그렇다고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아름다운 여배우는 그렇게 몰락해갔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한 뒤에 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2001년 컴백을 선언했던 숀 영은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CSI> <ER> <원 트리 힐> 등의 TV시리즈에 간간이 얼굴을 내밀어왔다. 2004년엔 워런 비티가 치근거리는 것을 거절했더니 <딕 트레이시>에서 잘렸다면서 14년 전 일을 새삼 들추어내기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자기 일기장을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해프닝을 일으킨 것도 할리우드로 돌아온 다음의 일이다. 이혼하기 직전 그녀에겐 카운슬러가 세명이나 되었다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었나보다.
만약에…
스타는 신비로운 부분이 있어야만 한다. <닥터 지킬과 미스 하이드> <에이스 벤츄라> 같은 영화들은 하는 게 아니었다. 혹은 남자보다, 심지어 돈 많은 남자보다, 스스로 이룩한 스타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어야만 했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