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과 등을 돌리고 살아온 노인 이대근은 아내의 제삿날을 맞아 온 가족을 불러모은다. 하지만 아들 내외는 팍팍한 가정형편 탓에 아버지에게 건강식품이나 팔려는 작태를 선보이고, 기독교도 딸은 어머니 제사상 앞에서도 절은 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린다. 버틴다. 게다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막내아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의 천태만상에 가슴을 치던 이대근은 심부름센터 직원이 찾아올 막내아들을 기다리며 제사상을 차리는데, 어느새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그런데 이 가족 뭔가 이상하다. 대체 이대근의 이 댁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이대근, 이댁은>은 평범한 내러티브를 가진 일상적인 소극이 아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갑갑한 한옥 세트 속에서 허술한 시트콤처럼 진행되지만,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모든 비밀을 폭로하는 반전이 공개된다. 스포일러 때문에 에둘러 말할 수밖에 없지만 <이대근, 이댁은>이 형식적인 서커스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된 반전이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허허실실한 소동으로 이어지는 전반부가 늘어지는 리듬과 효과없는 유머로 관객의 집중을 흐트려놓는 탓이다. 뒤집기 기술을 시도한 대담함은 좋지만 얄팍한 다리와 허리로는 제대로 된 뒤집기가 나올 리 없다. 우리는 이미 그걸 이대근으로부터 배우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