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양해훈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다. “단편영화의 경우에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영화제다. 그런데 대개 단편영화들은 묶어서 상영하잖나. GV도 여러 감독들이 같이 진행하고. 장편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극중 인물의 이름을 빌어온 민제휘라는 가명으로 그동안 <실종자들> <바람> <견딜 수 없는 것> 등의 중·단편을 만들었던 양해훈 감독.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 장편영화를 놓고 충분히 회포를 풀었을까. “나보다 배우들이 더 좋아하더라. 첫 상영 후에 관객들이 사인을 부탁하기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하고.” 20명이 다 되는 스탭, 배우들을 대동하고 내려와 엄청난 술값을 책임진 탓에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끝나고 나서 편집을 다시 했다. 6분 정도를 쳐냈는데, 관객들에게 좀 더 친절한 영화가 된 것 같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왕따와 인터넷 심판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삼은 성장영화다. 서울독립영화제 보다 반응이 뜨거웠지만, 관객들이 주인공인 표와 제휘 보다 스스로를 심판자라고 믿고 과도한 복수를 행하는 병철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보인 것은 의문이다. “영화를 본 뒤에 왜 병철이 무자비한 복수를 대신하느냐. 그에게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조승희 사건이 떠오르더라.” 그는 조 씨 사건을 둘러싼 언론과 대중의 반응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한 개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질타로만 이어졌다면서 “병철과 같은 인물을 만들어 넣은 건 병리적인 시스템을 다루고 싶어서였는데 그게 잘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인다. 현재 양해훈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를 준비 중이다. 제목은 <유리겔라와 퀴리부인>. “전과 달리 요즘은 구상을 오래 한다. 트리트먼트만 5, 6개쯤 된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초능력자와 과학자가 등장한다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