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울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해, 여기 일본 눈물 영화의 간략한 계보를 소개한다. 한국에 소개된 순서대로, 한국을 울린 순서대로,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러브레터>로 시작, <도쿄맑음>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틀기 전에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한류도 눈물이요, 일류도 눈물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된 뒤 실제로 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특히 그렇다.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의 최정점에 올려놓은 <겨울연가>와 일본영화가 수입되기 이전 불법복제 비디오를 통해 대학가에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러브레터> 모두 순정적인 로맨스를 기반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한국에서 흥행 신기록을 기록했던 <괴물>이나 일본에서 스펙터클로 인기를 얻고 흥행에 성공한 <일본침몰>이 오히려 조용한 성적을 거두었다(<일본침몰>은 한국 개봉 첫주 성적은 좋았으나 이후 하락세가 가팔랐으며, 특수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중 관객을 울리겠다고 아예 작정한 듯한 <눈물이 주룩주룩>과 와타나베 겐이 눈물을 머금고 있는 포스터가 이미 짠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내일의 기억>이 포함된 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현상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 소설 중 연애소설의 비중이 상당하다. 그중 대다수가 영화나 드라마와 연계돼 있다.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가 이미 드라마화해 큰 인기를 끈 뒤 그의 또 다른 소설 <연인이여>가 현재 드라마화해 방영 중이다. 자극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랑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들은 마침내 시청자들을 울리고 만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한국에서 쓰마부키 사토시의 지명도를 높인 동시에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불치병이 아니어도, 사랑하며 사는 삶에 얼마나 눈물이 많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듯한 영화다. <도쿄타워>는 동명의 책이 두 권이다(각각 에쿠니 가오리와 릴리 프랭키가 쓴 책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두책은 책의 성공을 발판으로 영화화됐다. 이중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는 연애소설의 여왕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그의 한국 내 인지도에 힘입어 영화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냉정과 열정 사이>도 마찬가지다. ‘울고 싶을 때 보는 영화’ 목록에 단골로 올라가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함께 연재한 소설처럼 헤어진 남녀가 시간을 견디는 내용을 촉촉하게 만들어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타야마 교이치의 원작 소설 극화)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치카와 다쿠지 원작 소설 극화)도, 한국에서 눈물의 홍수를 불러오며 출판계의 일류에 기여한 소설들이다. 일본에는 공포물이나 추리물 등 장르영화들도 많지만, 그런 영화들에 비해 멜로물이 누리는 압도적인 개봉, 흥행 우위는 놀라울 정도다.
기꺼이 울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해, 여기 일본 눈물 영화의 간략한 계보를 소개한다. 한국에 소개된 순서대로, 한국을 울린 순서대로,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풋풋하고 아련한 <러브레터>로 입문, <도쿄맑음>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즐긴 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이국적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간 사랑을 추억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결코 같은 세계에 살 수 없었지만 모든 걸 다해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궁금하면 장을 넘겨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