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주연의 <화려한 휴가> 제작보고회
2007-05-10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5.18 기념일을 한 주 앞둔 9일 오전 11시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방송인 배유정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5.18민주화 운동의 시작과 끝을 담은 짧은 포토다큐멘터리로 시작해 <화려한 휴가>의 메이킹 영화와 하일라이트 영상을 상영했다. 5분 남짓 공개된 영상은 금남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군중신을 비롯해 전쟁영화에 견줄만한 총격장면등 80년 당시의 광주를 재현하기 위해 쏟은 노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목포는 항구다> 이후 두 번째 영화를 완성한 김지훈 감독은 "26년을 기다려서 만든 영화"라며 "영화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김지훈 | 우리가 지금 숨쉬고 있는 자유의 공기는 운명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5.18 항쟁과 같은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다. 나는 대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광주는 불순분자와 폭도들의 세상으로 다가왔고 5.18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 건 서울에 와서였다. 이 영화는 그 왜곡된 시절을 참회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상경 | 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갔을 때, 당시 운동권 선배들은 5.18을 다룬 비디오를 보게 했다. 그것 자체가 우리나라 근대역사에서 가장 큰 구심점이었다. 당시 억울하게 죽은 분들이 지금은 복권됐지만, 어쩌면 그건 정치인들 끼리의 이야기다. 아직까지 국민들의 용서와 화해는 없었던 것 같다.

박철민 | 1980년 그때 실제 광주에서 자라고 있었다. 5.18은 내 인생에서 3번 찾아온 것 같다. 첫번째는 중학교때 였는 데, 학교와는 사이가 안좋았던 나에게 15일이란 긴 방학을 안겨준 사건이었다.(웃음) 총칼이 무섭기도 했지만, 시민군이 탄 차를 따라다니면 환타나 서니텐같은 음료수를 얻어마실 수도 있었다. 두 번째 찾아온 건 대학생 때였다. 그때는 분노와 희생의 광주였다.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그들의 처절한 죽음을 알게됐다.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화려한 휴가>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당시의 광주가 단지 슬픔과 죽음만 있었던 게 아니라 웃음과 농담, 사랑도 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 5.18 민주화 운동은 지금껏 영화뿐만 아니라 TV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다루어온 소재다. 굳이 이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훈 | 앞서 말했지만, 나는 보수적인 동네에서 왜곡된 5.18을 알고 있었다.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언젠가 내공이 쌓이면 꼭 내 손으로 5.18을 다루고 싶었지만 훌륭한 분들이 먼저 영화를 찍으셨고 나는 그때마다 초조해했다. 그분들의 영화를 보면서 뛰어난 점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내가 볼때는 사람냄새가 부족했다. 나는 5.18의 핵심이 사람이어야 한다 생각했고 <화려한 휴가>를 통해 당시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났을지 찾아보고 싶었다.

- <화려한 휴가>를 만들기 위해 공들여 준비한 부분은 무엇인지.
김지훈 |제일 먼저 한 건 투자자를 찾는 거였다.(웃음) 무엇보다 타협하지 않으려 했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핵심은 비껴가지 않으려 했다. 특히 80년 당시의 광주 금남로를 재현하는 데에 공을 들인 것 같다.

- <화려한 휴가>에 출연을 결심한 동기는 무엇인가.
안성기 | 5.18 당시 <바람불어 좋은 날>을 찍고 있었다. 광주에 대해서는 귀동냥으로 듣는 정도였기 때문에 나름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5.18을 가지고 요즘 시대에 영화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소시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소용돌이로 빠져가는 구조가 좋았다. 당시의 의미와 상업적인 색채가 잘 결합된 것 같다. 지금도 출연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상경 | 아마 주인공이 대단한 영웅이었다면 출연안했을 것이다. 택시기사 같은 일반사람을 통해 그 시대를 보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5.18 전체를 다루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상황을 다룬 첫 영화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 <화려한 휴가>를 찍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요원 | 어린 시절에 간혹 TV에서 보던 영상물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5.18 기념관도 가보고 현장에서 당시 의상을 입어보면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이준기 | 5.18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역사적인 실수가 있었구나 정도였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연기한 강진우는 고등학생임에도 항쟁에 나서지만, 실제의 나였다면 아마 도망갔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집들을 보고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몰입이 잘 됐다.

- 촬영이 끝난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김지훈 | 용서할 사람들은 이미 준비가 되었지만, 용서를 구해야할 사람들은 아직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한 휴가>를 통해 그 분들이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희생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김상경 | 영화를 찍기 전, 5.18 묘역을 참배하고 핸드폰에 당시의 기록사진을 입력해놓고 항상 보곤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억울한 감정이 더욱 커졌다. 아무도 모르게 억울하게 죽은 탓에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 된 게 아닌가. 나중에 5.18 기념식이 TV에서 방송될 때,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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