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아닌 산업 위축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오기민 아이필름 대표·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
“<스파이더맨 3>의 독주 원인?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독식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거다. 당분간 쭈욱∼. <스파이더맨 3> 자체가 월등히 우수해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그건 아니다. 이유는 한국영화의 산업적 상황 속에서 찾아야 한다. 대항할 만한 한국영화가 없으니 당연하다. 그런 상태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는 심각한 침체 상황이다. 우린 상황이 80년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때보다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때 쿼터문제는 이런 거다. 스크린쿼터란 원래 수세적인 제도다. 한국영화 잘되라고 있는 게 아니라, 산업이 하강곡선을 그을 때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안전판 같은 장치다. 쿼터제라도 있어야 영화를 스크린에 붙이고, 투자도 되니까. 하지만 “쿼터 축소 때문이다”, 이런 접근은 곤란하다. 독과점 규제안 얘기도 있는데 그걸론 해결 안 된다. 30% 상한선 두면 서로 극장 못 잡아서 난리난다. 있던 스크린쿼터제 없애고 없던 독과점 규제안 만들고, 다들 제도 갖고 접근하는데 이 문제는 그걸로 안 풀린다. 산업이 위축된 원인을 찾아야지.”
“대박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나오는데…”
이상규 CGV 홍보팀장
“우리도 <스파이더맨 3>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그건 관심을 끄는 한국영화가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다. <스파이더맨 3>는 콘텐츠도 좋았고, 공휴일이 끼어 시기도 좋았고,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스크린 독과점 규제안에는 반대다. 요즘 관객은 개봉일이 조금만 지나도 영화를 안 본다. 인위적으로 스크린 수를 제한하면 산업적인 손실이 생긴다. 30% 스크린에서 장기상영하라고 하는데, 관객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규제 대상이 될 만큼 압도적인 영화는 1년에 2, 3편 정도다. 설비투자비와 관리비 등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이런 영화로 수익보전을 하는데 규제가 들어올 경우 어려워진다. 극장은 관객 파이를 키울 강력한 시장주도작이 필요하다. 극장은 한국영화든 외화든 흥행수입을 챙기니 팔짱끼고 바라본다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과 다르다. 대박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나온다. 할리우드영화는 잘돼도 100만명 선이고 아주 흥행해도 700만명을 못 넘는다. 지금 상황은 극장으로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관객 취향이 변했다”
김도학 한국영상산업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스파이더맨 3>에서 두 가지 문제를 본다. 첫째는 디지털 배급으로 인한 기술적 환경 변화다. 배급 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얼마든 스크린을 늘릴 수 있으니 앞으로 와이드 릴리즈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관객의 영상 소비 취향의 변화이다. ‘미드’ 열풍도 그렇듯이 관객 취향이 다시 외화로 흐르는 게 아닌가, 80년대 같은 외화 선호 분위기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도 영향은 있겠지만 큰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환경 악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결국 <스파이더맨 3> 현상은 쿼터문제라기보다는 배급의 구조적 문제다. 유통업자가 소비자의 선택할 기회, 공급자의 공급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데 제어할 방법이 없는 실상이다. 극장은 항상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리스크를 함께하지 않으면서 수익만 챙기는 거다. 영화계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률도 월등히 높다. 다양한 콘텐츠가 양성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
“제도 마련보다 다양한 층의 관객문화 형성을”
김미현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팀장
“스크린 독과점 규제안에 심정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30% 이상 한 영화를 걸 수 없게 하면 극장은 나머지 70%를 최대한 수익이 날 영화들로만 채우게 된다. 인기를 끌 3, 4편 외에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설령 법안이 성공해 다양한 영화가 걸린다 해도 관객 호응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관객에겐 우리나라의 관람문화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나름의 영화 향유 방식이 있다. 영화 보는 눈을 훈련받진 못했지만 관람욕구는 있는, 그런 다수 관객의 수요와 영화산업의 공급이 서로 맞은 결과가 지금의 <스파이더맨 3>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관객문화를 만들어가면서 다양한 영화들이 시장 안에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