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네 옆의 아무도 믿지 마! <두사람이다> 촬영현장
2007-05-29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피 좀 주세요.” “한두 방울이 아니라, 선지가 필요해.” 지난 5월18일 오후 3시. 남양주종합촬영소 <두사람이다> 촬영장에서 오가던 무시무시한 대화의 일부다. 떨어지는 핏방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여주인공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피의 수면을 바라보던 중, 순식간에 핏물이 온 방을 채우는 장면. <그랑블루>의 꿈장면에 등장하는, 거꾸로 내려오는 수면의 핏빛 버전이다. 윤진서의 얼굴에 떨어지던 핏방울이 급기야 온 침대와 방안을 피칠갑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2m 남짓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몇 양동이는 될 법한 엄청난 양의 핏물을 맨 얼굴로 맞아야 한다는 점. 눈과 코, 귀로 핏물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온몸을 피범벅으로 만들게 될 텐데 두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더없이 미안한 표정으로 “한번만 더 가자”던 오기환 감독이, “싫어요, CG로 하세요”라는 윤진서의 애처로운 항변에 급기야 무릎을 꿇을 만도 하다. 그러나 프로는 아름답다. 한 시간 반에 걸쳐 피에 전 온몸을 씻고 말린 뒤 두 번째 테이크에 임한 윤진서는 결국 OK를 받아낸다.

강경옥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두사람이다>는 가족간에 전해지는 저주의 희생자로 지목된 여고생 가인(윤진서)이 남자친구(이기우)와 동급생(박기웅)을 비롯해서 부모님까지 믿을 수 없게 되는 절박한 과정을 묘사하는 공포물. 멜로(<선물>), 로맨틱코미디(<작업의 정석>) 등을 통해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감독의 차기작으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 장르별로 하나씩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면 나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작들이 모두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두개 반에 맞추어 영화를 찍었는데, 이번 작품은 세개에 맞추고 있다. (웃음)” 농담과 진담을 능청스럽게 섞어대는 감독에 따르면 “원작과 만화는 80% 가까이 달라질 예정”이다. 가까운 사람 아무도 믿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 자체가 저주이고 공포라는 비관에서 출발한 <두사람이다>는 현재 70%가량 촬영을 마쳤고, 오는 8월 개봉예정이다.

촬영감독 김용흥

“CG라도 꼼꼼한 소스 촬영은 필수”

피의 수면이 천장에서 서서히 내려오다가 갑자기 가인을 덮치는 이 장면의 대부분이 CG로 완성될 예정이다. 윤진서의 얼굴 클로즈업을 촬영하던 김용흥 촬영감독은 텅 빈 세트만을 찍거나, 침대에 비닐을 깔고 핏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찍는 등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화면을 담느라 바빴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CG라도 필름에 담긴 소스가 필요한데, 무엇보다도 다양한 소스를 꼼꼼하게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고괴담4: 목소리>로 데뷔하여 <극락도 살인사건>을 찍고 곧바로 <두사람이다>에 투입된 그는 호러영화를 연달아 찍는 셈이지만, 두편의 제작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워낙 로케이션이 힘들었고, 온종일 카메라를 들고 손과 발을 혹사하면서 버텼다. 안전장비 없이 절벽에 올라가면서 아날로그적으로 찍었는데, 테크닉으로 커버하는 <두사람이다>는 아무래도 다르다. CG가 많아서 팀별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이날 촬영의 클라이맥스인 핏물세례 장면에서는 한 테이크를 찍은 뒤 감독과 촬영감독, CG와 현장편집 기사들이 얼굴을 맞대고 긴밀하게 의논하곤 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