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뜨거운 녀석들> 에드거 라이트 감독 인터뷰
2007-06-26
글 : 김도훈
“<살인의 추억>에도 영향을 받았다”

전화 저편 에드거 라이트의 목소리는 주어진 20분 남짓한 시간이 초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는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이야기를 풀어갔고, 마지막 질문까지 성실하게 답해줬다.

-<뜨거운 녀석들>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어떤 것들인가.
=경찰영화 장르 안에서라면, <더티 해리> <프렌치 커넥션>, 그리고 오우삼의 <첩혈속집> 정도다. 참, 한국 영화도 한편 있다. <살인의 추억>이라고. 물론 <뜨거운 녀석들>을 만들기 전에 봤다. 정말이지 사랑하는 영화이며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도 좋아하는 영화고, <괴물>도 굉장하다. 그 감독 이름이 뭐더라. 봉….

-봉준호다.
=봉준호는 정말로 굉장한 능력을 지닌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괴물>과 봉준호의 팬이다. 그가 나에게 <살인의 추억>을 처음으로 보여주었을 때 나는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한국 장르영화들에서 어떤 독특한 점을 느꼈나.
=서구와 한국영화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영국에도 70년대에는 장르영화의 커다란 전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진 지 오래다. <뜨거운 녀석들> 역시 영국 내 장르필름의 부재를 극복해보고자 만든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좋은 장르영화를 만드는 영국 감독들이 좀 생긴 편이다. 특히 <디센트>를 만든 닐 마셜은 대단한 장르영화 감독이다.

-우연인지 <디센트>는 <뜨거운 녀석들>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최근 들어 젊은 영국 감독들에 의해 영국 영화계가 다시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유가 뭘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위에 언급한 한국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영국 감독들 역시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수많은 장르영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세대적인’ 현상이랄까. 미국영화들과 홍콩영화들을 봐온 경험을 토대로 그것들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을 것 같다.
=(웃음) 진짜로 엄청난 영화광이었다.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감독은 3명이다. 존 카펜터와 존 랜디스, 그리고 조 단테. <런던의 늑대인간>이나 <그렘린> 같은 영화들을 너무 좋아해서 보고 또 봤다. 이후에는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와 피터 잭슨, 그리고 나중에는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막대한 영감을 줬다. 물론 코언 형제 역시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할리우드 장르의 관습을 영국식 감수성으로 비트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사랑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에 어떻게 오마주를 바칠 것인가를 관습을 비트는 것보다 먼저 생각했다. 사실 이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할리우드영화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낸 듯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제작비가 모조리 스크린에 투여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비결은 그저 주어진 돈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한 것뿐이다.

-좋은 스탭들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현재 영국 영화계에는 좋은 기술을 가진 인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할리우드영화들이 영국에서 촬영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기술력이 좋아지고 있다.

-미국 개봉 반응은 어땠나.
=아주 좋았다. 첫 주말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었고, 결과적으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보다 더 벌어들였다. 미국 관객이 정말로 영화를 즐겨줬다.

-그쪽 관객과 영국 관객이 당신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좀 차이가 있을 법도 한데.
=아, 미국 관객이 훨씬 시끄럽다. (웃음)

-<뜨거운 녀석들>에는 꽤나 폭력적인 고어장면들이 있다. 왜 그런 장면들을 삽입한 건가.
=내가 좋아하는 경찰영화들은 모두 R등급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특히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액션영화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이었다. <다이하드> <마지막 보이스카웃> <로보캅> 같은 영화들 말이다.

-최근 미국의 경찰액션영화들은 확실히 8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덤덤한 편이다.
=정말로 80년대에는 뭔가가 있었다. 뭐, 최근 개봉작들 중에서도 몇몇 좋은 경찰영화들이 있기는 하다. <트레이닝 데이>는 꽤 좋았고, <뜨거운 녀석들>에서 <나쁜 녀석들2>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당신은 정말로 마이클 베이의 <나쁜 녀석들2>를 좋아하나보다.
=(웃음) 그 영화의 어떤 요소들은 정말 좋아한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무시무시하게 부숴대는 영화를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아주 인상적이다.

-마이클 베이는 컷을 매우 짧게 나눈다. 그런데 베이식의 편집이 <뜨거운 녀석들>에서도 종종 보인다.
=그것은 요즘 영화의 편집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토니 스콧이나 마이클 베이 같은 감독들에게서 시작된 스타일이고, 영화계는 그런 스타일을 반영하려고 한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코믹스 원작의 <앤트맨>을 감독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앤트맨>이 차기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는 그저 아이디어를 갖고 각본을 쓰는 일에 열중하고 싶다. 사이먼 페그와 나는 2~3편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생각 중이다. <앤트맨>은 그중 하나다. 지금은 일을 좀 중단하고 푹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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