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잔혹하고 기괴한 과자의 집으로
2007-06-26
글 : 박혜명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헨젤과 그레텔> 촬영현장

“세팅하실 때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구와 인형 등의 소품이 많으니 발밑, 등뒤를 조심해주세요. 협조와 양해바랍니다.-ART-” 거실 장식장 안에 붙은 메모다. 이곳 상황을 보면 이런 경고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부산 수영만 영화촬영스튜디오 내에 지어진 영화 <헨젤과 그레텔>의 아이들 집 1층 세트는 곳곳이 장난감과 장식품 천지다. 숲에서 길을 잃은 남자가 어린 3남매의 집에서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이 공포물은 겨울이라는 개봉 시점과 왠지 어울리게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세트 미술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 수상하다. 인형들은 눈깔이 빠졌다든지 팔이 잘렸다든지 어딘가 상처입었고 그래서 기괴하다. 류성희 미술감독(<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은 “첫인상은 ‘예쁘다’지만 들여다볼수록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망가져 보이는 인형들은 미술팀에서 일일이 수작업한 것들”이라고 설명한다. 벽지에는 심상찮은 눈빛을 한 토끼들이 그려졌고, 벽에 걸린 가족화에는 부모 얼굴 위로만 동물 가면이 씌워져 있다. 이 집 3남매의 괴상한 취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음식. 부엌과 식당 공간을 들어가니 은박지로 덮인 접시들 안에 새파란 크림을 얹은 머핀, 새파란 반죽으로 만들어진 쿠키, 핏빛의 젤리 등이 담겨 있다. 류 미술감독은 “애들 관점으로 예쁘다고 만든 건데 어른이 보기엔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은 것”이라 한다.

<헨젤과 그레텔>은 현재 70% 촬영이 진행됐다. 제주도의 변덕스런 날씨로 2주 정도 스케줄이 밀린 것이 임필성 감독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남은 건 전부 중요한 장면들”이고, 촬영장 공개 뒤에 그 분량을 제대로 재촬영하곤 하는 여유도 없을 듯하다고. “그나마 조금 무난한 신”으로 이날 공개된 것은 3남매가 직접 차린 울긋불긋한 음식을 은수(천정명)가 맛있는 척 억지로 먹는 장면. 임 감독은 막내 정순(진지희)의 동선을 체크하더니 잘했다며 꼬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준다. 정순이 좋아한다. <음란서생>을 같이 작업했던 김지용 촬영감독팀과 신상열 조명감독팀의 호흡이 잘 맞아 보이고, 소처럼 순한 눈을 가진 천정명이 3남매들 틈에 끼자 여지없이 큰오빠 내지 큰형이 된다. 기괴한 동화 속의 집 세트에 기거하는 스탭들과 배우들끼리 분위기가 좋다. 이런 데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비극적 호러라니. 임 감독은 “<환상특급>류의 잔혹한 동화가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음악은 <장화, 홍련>의 이병우가 맡았다. 요즘 충무로의 각 분야 톱 스탭들이 모여 만든 잔혹한 호러판타지를 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가 있는 추운 겨울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임필성 감독 인터뷰

“무국적의 잔혹동화가 될 거다”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영화의 이야기는 어떻게 다른가.
=동화 속의 헨젤과 그레텔이 그 숲에서 나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원작 시나리오는 이야기가 훨씬 방대했고 그래서 영화적으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았다. 각색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동화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빠져들 수 있도록 시각적인 계획을 많이 세웠다. 국적성을 주지 않는 보편적인 느낌의 잔혹동화가 되지 않을까. 김지용 촬영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과 그 부분에 관해 얘기를 많이 했고, 그 부분에서 영화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포의 포인트는 어떤 것인가.
=전형적인 공포물은 아니다. 아이들이란 순수한 존재다. 그 동심이 훼손됐을 때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이야기다. 내 조카, 우리 애, 교회에 있는 꼬마애들에게 잘해줘야겠다, 라고 사람들이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다. 전작보다는 장르적이겠지만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영화는 아닐 것 같다.

-주인공 천정명이 어떤 점에서 이 영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가.
=일단 모성을 자극하는 마스크를 지녔지 않나.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순수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작업하면서 알았지만 겁도 많고 감수성도 굉장히 예민하다. 이 영화랑 어울리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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