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화려한 휴가> 첫공개
2007-07-06
글 : 오정연

일시
7월5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그들의 일상은 평온했다. 성실한 택시운전사 민우(김상경)의 꿈은 유일한 피붙이인 동생 진우(이준기)를 서울대 법대에 진학시키는 것, 그리고 짝사랑하는 간호사 신애(이요원)와의 데이트에 성공하는 것 정도. 신애의 아버지인 퇴역장교 흥수(안성기)는 공정하고 인자하다. 일상만큼이나 평화로운 이들이 1980년 5월 광주에 살고 있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살육이 벌어진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군대가 배치된 이후부터 5월27일까지를 배경으로, 5.18의 아이콘이 된 몇몇 장면과 상황, 인물들이 극화한 이야기 속에 배치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염려할 뿐이었던 많은 이들이 영문을 모른채 죽어가지만, 그 와중에도 민우와 신애는 사랑을 키우고, 민우의 동료를 비롯한 조연들은 웃음을 선사한다.

말말말
“최근 충무로 영화계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속에 100억 가까이 제작비를 들여서 죄송하다. 그래도 그 중 2,30억은 80년대 금남로를 재현하는데 썼으니 양해를 바란다. 5.18을 소재로 다뤘다는 것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뭐냐고 물으시는데, 저희는 5.18을 소재로 대중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

“1년간 열심히 했다. 이 영화가 부디 여러분 가슴 속에 좋은 보석으로 남기를 바란다.”
김지훈 감독

“우리영화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큰 걸로 알고 있고, 저희도 기대가 크다.”
안성기

“좋은 분들과 좋은 영화를 행복하게 촬영해서 기쁘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이요원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겠지만, 진짜 감정이라면 그게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김상경

“촬영과정에서 한없이 많이 찍히지만, 편집과정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화려한 휴가>의 수석 조연배우 박철민입니다.(웃음)”.”
박철민

100자평
우애 깊은 형제, 천사처럼 상냥한 간호사, 존경할 만한 교사와 퇴역군인, 순박하고 선량한 이웃과 동료들. <화려한 휴가>가 묘사하는 5월 그날이 오기 전 광주 시민들의 생활은 그림 같다. 동막골 사람들이 떠오를 만큼. 1980년 5월이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도리어 괴이할 정도로 그들은 정치를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시민과 계엄군이 충돌하는 대규모 군중 신은 자주 또한 야심적으로 연출됐지만, 시민들의 요구와 계엄군이 받은 지시의 성격은 그만큼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치적 목표가 없던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옮기고 싶었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화려한 휴가>는 나쁜 군인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정치적 언급을 거의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여주인공의 외침은 관객을 향한 간청임이 분명하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그들을 “불운했던 선량한 사람들” 이상으로는 기억시키지 못한다. <화려한 휴가>가 표방하는 ‘대중영화’의 기준으로 본다면 독창성이 아쉽다. 코미디와 멜로, 감동의 안배도 두드러진다. 똑똑한 동생이 ‘서울대 법대’를 가기만 꿈꾸는 택시 기사 민우와 동생의 관계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원빈 형제의 그것과 판박이다. 예고편의 이미지들이 불러일으켰던 강렬한 울림은, 전형적 인물 배치와 예상 가능하거나 이상주의적인 대사로 잦아든다. 민우로 분한 김상경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계엄군에게서 민우를 구하기 위해 손에 피를 묻힌 이요원의 연기는 기억할 만하다. 애국가를 배경음악 삼아 이뤄지는 도청 앞 학살 장면은 여진이 긴 충격을 남기며 거의 육체적인 통증까지 느끼게 한다.
김혜리/씨네21 기자

그날은 하늘도 ‘봉쇄’되어 있었다. <화려한 휴가>는 두 가지 질문을 품고, 그 절대 고립의 ‘광주’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어떻게 ‘시민군’이 되었나?” “그들은 왜 끝까지 그곳에 남았는가?” 영화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을 뒤쫓는다. 당황, 공포, 분노, 연대감, 희망, 절망, 그리고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자기 존엄. <화려한 휴가>는 ‘사건일지’를 충실히 기록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닥친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생생한 육성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의미에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다. 한국영화가 그 광주 ‘안으로’ 들어가기 까지, 27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변성찬/영화평론가

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그린 영화는 꽤 있었다. 희생자의 관점에서 본 <꽃잎>, 가해자의 관점에서 그린 <박하사탕>, 도망자의 입장에서 본 <오래된 정원> 등. 그러나 광주와 더불어 가장 기억해야 할 존재인 시민군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는 이제껏 없었다. 영화는 참혹한 그날의 역사를 그리면서 시민들이 그저 무고한 희생자이기만 했다는 주장을 펴지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그들이 왜 총을 들어야만 했는지를 설명한다. 영화는 비폭력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총을 들었던 '반란의 역사'를 용기있게 재현하였다. 따라서 <화려한 휴가>는 트라우마로서의 광주가 아닌, 해방구로서의 광주를 조명한 최초의 상업영화이다. 영화는 역사적 의미나 만듦새 못지않게 대중적 흡인력도 상당해 보인다. 친숙한 캐릭터와 익숙한 드라마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미 나왔어야 할 영화이자, 이미 본 것 같은 영화이다. 광주청문회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머리속에서 찍고 꿈속에서 보았던 영화를 이제야 눈앞에서 보는 것 같다. 천만 관객 동원과 더불어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몹시도 정치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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