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영화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
2007-07-16
글 : 김민경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 The Angry Men of Korean Cinema
이브 몽마외/ 프랑스/ 2006년/ 54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의 다큐멘터리스트 이브 몽마외 감독이 칸과 부산서 만난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터뷰과 자료 화면으로 단출히 구성된 이 영화는 한국 감독들의 육성에 충실하다. 봉준호와 김지운이 자신의 창작의 원동력과 미국 장르영화의 영향을 직접 말하고, 이창동, 임상수가 권위주의 정부의 잔재가 한국사회의 삶의 조건, 그리고 자신들의 영화에 끼친 영향을 논한다. 몽마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조용한 가족>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에서 보이는 비틀린 장르성과 <지구를 지켜라!> <그때 그 사람들>에서 묻어나는 사회적 폭력의 기억 등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은 이 모든 감독과 영화를 54분의 다큐멘터리에 빠짐없이 다루며 한국영화론의 밑그림을 그려낸다.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일별한다는 건 장점이지만 아주 신선한 시각을 기대하진 말 것.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은 외국인이 매뉴얼대로 차린 한식 상찬같은 느낌이다. 프랑스인 감독이 가짓수를 맞춰 정성껏 마련한 이 상차림은, 정성과 애정은 묻어나지만 우리 관객의 입맛엔 깊이가 조금 부족하다. 어쩌면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이 한국영화의 대표 감독들의 육성을 한 편의 다큐에 모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감독이 이방인으로서 누린 특권 덕분인지도 모른다. 평론가 토니 레인즈에게 전적으로 의존한 단조로운 진행은 좀더 심도있는 분석을 기대한 관객에겐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하지만 외부인의 렌즈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는 이질감은 여전히 흥미롭다. 한국감독들의 목소리를 한자리서 듣을 수 있다는 점도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만의 매력. 박찬욱이 왜 자극과 폭력으로 “관객을 못살게 구는지”, 김기덕이 왜 인간의 극단적인 경험에 천착하는지 본인의 언어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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