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그녀를 박제하고 싶어, <수집가>
2007-07-19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EBS 7월22일(일) 오후 2시20분

클레그(테렌스 스탬프)는 나비 수집가이자 곤충학자다. 그는 오랫동안 미란다(사만다 에거)라는 미술학도를 사모해왔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녀를 미행하고 급기야 납치한 뒤, 자신의 저택 지하에 감금한다. 미란다는 자신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병적으로 집착하는 클레그에게 공포를 느낀다. 클레그는 한달 뒤에 미란다를 풀어주기로 한다. 미란다는 지하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클레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틈틈이 도망칠 기회를 엿본다. 그러나 클레그는 점점 더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미란다를 소유할 수 없음에 고통스러워 한다. 그의 욕망은 여자를 나비처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데 있지, 그녀의 육체를 성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미란다가 풀려날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질수록 그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죽어간다.

<수집가>(The Collector)는 존 파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설은 서로 대립하는 남녀주인공 각각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윌리엄 와일러는 남자의 일기만을 영화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갇힌 여자’인 미란다의 내면이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여자에 대한 남자의 일방적인 집착은 더욱 뚜렷하고 소름끼치게 재현된다. 고요한 전원의 주택과 그 안에 감춰진 끔찍한 진실의 대비가 영화에 기이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더한다. 나비를 수집하던 남자가 여자를 수집하여 ‘곱게’ 키우는 과정, 그리고 외로움에 지쳐버린 여자가 결국 희망을 포기하고 남자에게 매달리는 장면은 납치된 여자가 살해되는 모습만큼이나 잔인하다.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으면서도 여자로 하여금 정신적인 학대를 경험하게 하는 남자의 기술이 영화의 공기를 천천히 죄어온다. 클레그를 연기한 테렌스 스탬프는 예의바르고 신사적인 납치범 혹은 고상한 도착증자의 표본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테렌스 스탬프와 사만다 에거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주연상을 수상했다. <수집가>는 포획한 동물을 다루듯, 여자를 완벽하게 사육하려는 남자의 일기이자 폐쇄된 우리에서 초췌해져가는 우아한 여자의 끔찍한 말로에 대한 관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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