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 31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2관
이 영화
내 남자의 여자, 혹은 내 여자의 남자 이야기. 색깔이 다른 두 부부가 남편(혹은 아내)을 바꿔 은밀한 사랑을 이어간다. 잘나가는 건축회사 CEO인 영준(이동건)과 역시 잘나가는 조명디자이너인 소여(한채영)는 선 자리에서 만나 "한번도 뜨거운 적 없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다. 그런가하면 호텔리어 민재(박용우)와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는 연애 4년, 결혼 3년을 거쳐 온 지금까지도 알콩달콩 살고 있는 부부. 어느 날 우연한 술자리에서 안면을 튼 네 남녀는 파트너를 바꿔 각각 홍콩과 서울에서 은밀한 추억을 만든다. 이들의 엇갈린 만남은 지금껏 남편과 아내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의 탄생 때문이다. 소여는 차가운 이미지의 영준과 달리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민재에게 끌리고, 민재는 항상 발랄하고 억척스러운 유나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여성적인 매력을 소여에게서 본다. 또한 유나는 민재와 달리 카리스마로 가득한 영준에게 매력을 느끼고, 영준은 차분한 소여와는 달리 도발적인 성격의 유나에게 눈길이 간다.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 <예스터데이>를 만들었던 정윤수 감독의 멜로영화 데뷔작이다. 8월 15일 개봉.
말X3
"정확히 71일 전에 무대 인사를 했었습니다. <황진이>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지만, 많은 보답을 해드리지 못해서 한동안 슬픔에 빠졌습니다. 최근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습니다. 음... <황진이>를 개봉한 날은 6월 6일 현충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날이 매우 슬픈 날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 이번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8월 15일 광복절을 개봉일로 잡았습니다. 이번 영화가 저의 정신적인 광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 씨네2000 이춘연 대표의 무대인사
"아무래도 이게 대박징조 인 것 같습니다. 제 얼굴이 지금 정말 빨게 졌는데, 그나마 극장이 컴컴해서 다행이네요. 빨리 조치해서 재밌는 장면(한채영과 박용우의 베드신)을 한 번 더 보여드릴 테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
- 상영도중 필름이 끊기자 어둠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춘연 대표의 사과말
100자평
한눈을 파는 데 사실 이유는 없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는 엄정화가 연기한 유나뿐이다. 결혼과 연애에 대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 속에서 유나의 캐릭터는 유일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다. 배우 엄정화의 캐릭터와 상당 부문 겹치기도 하는 유나는 아픔과 상처를 화려한 옷과 메이크업으로 어설프게 두르고 감싼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뒤 “아이를 갖자”고 말하는 부분도 보수적인 여성상보다는 어설픔의 진실로 다가온다. 반면, 나머지 세 캐릭터는 따분하고 재미없다. 차가운 남편의 시선 속에 갇힌 소여가 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민재에게 반하는 설정은 너무 진부하고, 고독을 즐기는 줄 착각하고 있었던 영준의 캐릭터는 수박 겉핥기식이다. 이유 없는 외도와 틀에서 벗어난 연애관이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을 때 영화는 그냥 지루해질 뿐이다. 쿨한 도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쿨하게 보일 수 있었던 건 한 5년 전 일이다.
- 정재혁 <씨네21> 기자<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사랑>)는 도시의 야경으로 시작해 도시의 주경으로 막을 내린다. 불륜이야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야기지만 <지금 사랑>은 유독 도시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영화다. 조명디자이너, 패션컨설턴트, 호텔리어등 도시가 아니고선 생겨날 수도 유지할 수 없는 직업도 그렇지만, 이들이 오가는 공간(청담동 스타일의 바, 파이트 클럽, 조명디자인회사)도 도시 속에 있어야 숨을 쉬는 곳이다. 심지어 네 명의 기혼남녀가 벌이는 엇갈린 사랑도 불륜으로 보이기보다는 도시남녀들의 일상적인 연애담으로 느껴진다. 소재가 가진 도발적인 성격에서 보자면 아쉬운 부분. 하지만 선남선녀들이 모여 로맨틱 코미디, 정통멜로, 스크루볼 코미디를 죄다 합쳐 만든 선물세트로서의 재미는 갖추고 있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엄정화-이동건 커플이 '로멘틱 코미디'를 박용우-한채영 커플이 '멜로'를 맡고 있는 이 영화는, 솔직히 재미없다고는 할 수 없는 영화이다. 보는 동안 충분히 몰입되고 편집이나 대사도 재치있다. 게다가 화면도 꽤 세련되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보고나면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보았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네명의 인물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엄정화이다. (그녀 외의 캐릭터는 모두 피상적이다.) 그녀에게 집중해서 영화를 재해석하면 30대 기혼 직장여성의 비애가 느껴진다. 엄청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그녀, 없어도 있는 척 하며 살아가고, 거만한 남자에게 은근히 매력을 느낄만큼 경제적 열등감에 시달리는 그녀, 감정노동의 스트레스에서 갑자기 분출된 객기로 "기분 드러운....X녀 취급 받기", 친정꼬지의 돈독촉, 게다가 그래도 믿었던 남편과의 관계마저 허탈해지는 상황....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보면 참 서글픈 영화이다. 영화의 주제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한번도 뜨거웠던 적이 없든", 뜨거웠다가 식었든, 결혼은 연애가 아니다. 오래된 연애관계의 따분함을 사실감있게 그린 '스키니 TV폰' 광고(침대 위 두 남녀의 대화)도 있는데, 하물며 ! 결혼관계에서 연애초반의 열정을 찾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냐'는 질문은 도발적이지도 못하고 유의미하지도 않다. 그저 '연애-근본주의'적 발언일 뿐인데, 모든 근본주의가 미워지는 요즘, 연애-근본주의를 접하는것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이다.
-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