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맑음, 앞으로는 미지수.’ 8월 한달 동안의 박스오피스 집계 결과 <디 워>와 <화려한 휴가>가 주도한 흥행기류 덕분에 극장가가 잠시 웃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추석 연휴까지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의 나락에 빠졌던 한국영화가 활기를 되찾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CJ CGV가 최근에 내놓은 ‘2007년 8월 영화산업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한달 동안 극장을 찾은 전국관객은 2191만8716명(서울 기준 615만2970명)으로 <왕의 남자> <투사부일체> 등 초대형 흥행작들이 터져나온 지난해 1월의 2142만8073명을 뛰어넘었다. 이는 CJ CGV가 집계를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8월의 전국관객 및 서울관객 수는 지난 7월에 비해 24.8%와 14.7%가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20.6%와 18.8%가 각각 늘어났다. 한국영화 점유율 또한 7월의 19.2%에서 79.6%로 4배 넘게 뛰어올랐다. 1월부터 8월까지 누적관객 수는 전국 기준 1억1148만96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모자란다. 분석 결과를 발표한 CJ CGV 관계자는 “7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관객 수에 한참 모자랐는데 8월 한국영화 2편이 극장가를 휩쓸면서 상당 부분 만회했다”고 말했다.
<디 워>의 신드롬과 <화려한 휴가>의 꾸준한 관객몰이가 성수기 막바지에 갖가지 신기록들을 양산하긴 했으나 따지고 보면 하반기 스타트가 쾌조라고 단정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2007년 7월과 8월의 극장 총관객 수는 전국기준으로 3948만2216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27만1329명에 비해 400여만명 늘어났다. 반면 2007년 7월과 8월의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06년 같은 기간의 2406만292명(전국 기준)에 한참 모자라는 2085만2213명에 불과했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는 다시 말하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가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한 셈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디 워>와 <화려한 휴가>를 잇는 한국영화들이 추석에 나올지는 의문”이라면서 “2편의 블록버스터가 터트린 축포를 한국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