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영국엔 이언 커티스가 있다 <컨트롤>
2007-10-05
글 : 김도훈

컨트롤 Control
안톤 코빈 | 2007년 | 119분 | 35mm | 영국 | 월드 시네마

시애틀 그런지 씬에 커트 코베인이 있다면 영국 뉴웨이브 씬에는 이언 커티스가 있었다. 이언 커티스의 밴드 ‘조이 디비전’은 섹스 피스톨스의 펑크 운동이 금세 사그라진 70년대말 영국에서 뉴웨이브 록의 서막을 열어젖힌 선구자였다. 하지만 첫번째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던 스물세살의 이언 커티스는 이기 팝의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보컬을 잃어버린 멤버들은 밴드 ‘뉴 오더’를 결성해서 음악을 계속해나갔고, 그들의 음악은 새롭게 불어닥친 ‘뉴웨이브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이언 커티스는 록의 불운한 전설로 남았지만 그의 짧은 생애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80년대 내내 영국 밴드들의 영감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언 커티스의 오랜팬들이라면 조이 디비전의 무대가 잠시 재현된 마이클 윈터바텀의 걸작 <24시간 파티피플>을 반복적으로 되감아보며 독립적인 ‘이언 커티스 영화’를 꿈꿔왔을것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인디영화 감독들의 꿈으로만 남아있었던 커티스의 일생을 마침내 스크린에 불러들인 사람은 U2와 너바나 같은 록밴드들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사진작가 출신의 안톤 코빈 감독. 하지만 코빈의 첫 연출작은 어딘가 좀 심드렁하다. 당대 최고의 영상예술가중 한명인 코빈은 세련된 감각으로 커티스의 광기를 재현하지만 눅눅하고 절망적인 맨체스터 청춘들의 공기를 잡아내는 데는 은근히 인색하다. 전설은 오롯한데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커티스를 똑 닮은 샘 라일리가 조이 디비전의 초기 공연들을 재현하는 순간, 그가 소름끼치는 명곡 <Love Will Tear Us Apart>를 주술처럼 읊는 순간, 커티스의 팬들이라면 솟아오르는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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