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누스>는 요절에 대한 보고서이다. 심상치 않은 것은 이 요절이 선포된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 마그누스는 포르노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포르노 스타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그는 어린 시절 심각한 병을 앓는데 그로 인해 곧 죽고 말리라는 강박을 안고 성장한다. 결국 그는 청년으로 자라나고 그의 생명을 위협했던 병도 차츰 잦아들지만 죽음에 대한 그의 불안만은 완강하다. 완강함을 넘어서 이제 그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선언한다. 그것도 그의 부모에게. 마그누스의 아버지는 그에게 여러 가지 삶의 재미를 알려주고자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들의 자살 선언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이다. 아버지는 부자 간의 윤리로 그를 윽박지르거나 생명의 윤리로 강제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성욕과 식욕을 아들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삶의 원동력이자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욕망들이 마그누스에게는 의미가 없다.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에 아무런 낙이 없다고 말하는 아들, 결국 아버지는 설득에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뚜벅뚜벅 죽음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아들을 놓아준다. 어떤 점에서 이런 장면들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의문부호로 남을지 모르겠다. 마치 자신으로 인해 태어났지만 생명에 관한 선택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듯 아버지는 돌아선다. <마그누스>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긴장감을 다루면서도, 이러한 긴장감을 무화시키는 경지로 나아간다.
누구나 한 번 쯤 죽음을 꿈꿀 때가 있다. 특히 젊은 시절의 죽음은 강렬한 유혹이자 내면적 권유이기도 하다. <마그누스>는 부자간의 소통, 세대간의 화해 같은 진부한 개념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지점에서 끝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인터뷰 장면이다.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마크 라이스크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다. 파격이 있는 만큼 질문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