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대 도시의 고단한 삶 <빨간풍선>
2007-10-10
글 : 문석

<빨간풍선> Le Voyage Du Ballon Rouge
허우샤오시엔 | 2007년 | 103분 | 35mm | 프랑스, 대만

<카페 뤼미에르>에 이어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해외에서 만든 두 번째 영화인 <빨간풍선>은 프랑스 알베르 라모리스 감독의 단편영화 <빨간풍선>(1956)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자유로이 떠다니는 빨간 풍선을 따라가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원작은 2차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와 파리의 생활상을 어린이의 시점에서 담아내는 반면, 허우샤오시엔의 버전은 현대 도시의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어린이보다는 그의 엄마인 수잔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하는 수잔은 현대세계의 피로한 여성이다. 인형극의 성우 일과 강의를 동시에 하고 있는 그는 홀로 어린아이 시몽을 키워야 하는데다 성가시게 구는 아래층 이웃 때문에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마침내 그는 중국인 유학생 송을 고용해 시몽을 돌보게 한다.

허우샤오시엔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개관 20주년(2006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에게 작품을 맡기기로 한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그를 첫 번째 주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허우샤오시엔은 파리를 찾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파리에 관해 공부를 했고, 라모리스의 <빨간풍선>을 보게 됐다. 또 그는 미국인인 애덤 고프닉의 <파리에서 달까지>라는 책을 보면서 이 영화의 개념을 잡기 시작했다. 파리의 옛 모습을 아웃사이더의 시선에서 그리는 이 책을 보면서 요즘 파리 아이들이 과거처럼 정서적으로 풍부한 환경에서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때문에 이 영화 또한 원작처럼 시시때때로 시몽 앞에 환상적으로 나타나는 빨간 풍선을 보여주지만, 허우샤오시엔은 “나는 빨간 풍선을 메타포 개념으로 생각지 않았다. 나는 이 영화가 잔인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험난한 삶에 찌들었다가 서서히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노쉬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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