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시작한 지 20분쯤, 카드리 크뢰우사르 감독은 카메라를 꺼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보다 궁금한 게 더 많아 보였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촉수를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 그녀가 부산에 들고 온 영화 <마그누스>도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작품. “친구의 친구와 이야기하며 충격을 받았던 에피소드”를 영화의 시작으로 삼았다. 그녀의 장편 데뷔작 <마그누스>는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아들과 이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식의 교육보다 자신의 성공을 중요시하고, 사랑없이 아이를 방치하는 요즘 세태에 경고하는 의미”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에스토니아 출생으로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로 더 유명한 크뢰우사르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다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는 “노트북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소설보다 더 어렵”지만 “문자나 소설이 전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내용은 나이 많은 남자와 어린 소녀의 사랑 이야기. “비슷한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마그누스>의 스탭들과 다시 힘을 합쳐 찍을 예정이다. 아직은 낯선 이름의 여자 감독 카드뢰 크뢰우사르, 그녀에게 영화는 자신이 보고 느낀 걸 담아 전하는 일종의 ‘필름 에세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