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을 받은 독립영화라거나 왕따와 은둔형외톨이, 인터넷동호회를 통한 폭력 등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귀뜸을 듣고 상상한 것에 비하면, 한마디로'기대이하'의 영화이다. 시작에서 산속 장면까지는 그런대로 갈등이 쌓여가는 느낌이 있지만, 산속 장면 이후는 도통 수습이 되지 않는다. 차리리 그곳에서 파국을 맞었더라면 임팩트는 강렬했을 텐데...왜 김 다 빠진 어정쩡한 상태로 그들을 돌려보냈는지 감독의 의도를 도무지 알수 없다. 청부업자에게 이쯤에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주인공에게 청부업자가 했던 대사, "이게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는 일인가?"를 감독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감독 역시 주인공 만큼이나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혹시라도 감독을 만나면 묻고싶다. 뭐가 두려워서 이야기를 하다 마는지, 불필요한 판타지 장면(옷장으로 사라지기)은 왜 집어넣었으며, 그녀는 어떻게 알고 그 장소를 가본다는 것인지, 저수지 장면에서 표의 전화로 그가 저수지의 공포를 극복했다고 보는 것인지 등등. 며칠만 지나도 기억나는 장면 하나 없을 것 같은 '투미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험구가 지나치다고 생각! 되는 분들은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이 자신을 괴롭히던 동창생을 만나는 장면과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표와 마주치는 장면을 비교해 보시라. 전자가 화면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하며, 후자가 얼마나 영화적 요소를 활용치 못하고 문자적으로 후퇴시켜버리는지 알수있을 것이다. 또는 <구타유발자들>에서 반전을 거듭하던 고딩의 처절한 사투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일격+표의 전화'를 비교해보시라. 이 영화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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