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29일(월) 오후 4시30분
장소 미로스페이스
이 영화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첫 번째 이야기 <암흑속에 세 사람>(연출 박수영). 한 여학생(한여름)이 잠을 자다 시험시간을 놓친 뒤 실망감에 자살을 시도한다. 여학생의 주변에 모여드는 양호선생(김가연), 학생주임(박휘순), 기묘한 남학생(타블로)의 관계가 서로 얽히며 환상여행이 펼쳐진다. 두 번째 이야기 <날아라 닭>(연출 조창호). 경찰관으로 보이는 한 남자(김남진)가 자살을 위해 총을 들고 외딴 바닷가에 도착한다. 그러나 남자는 우연히 괴한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자살은 잠시 미뤄진다. 세 번째 이야기 <해피버스데이>(연출 김성호). 생일을 맞은 한 노년의 게이 신사(정재진)가 자신의 생일을 잊은 친구들에게 화가 나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길에서 괴한들에게 쫓기는 청년(강인형)을 만난다. 노인은 청년을 대신해 자신이 대신 죽겠다고 결심한다.
말말말
우리는 프로니까 받은 만큼만 일하자 그랬는데, 나를 제외한 스탭들 모두가 그 이상을 해줘서 고맙다-조창호
코미디 영화인데 웃긴지는 잘 모르겠다. 웬만하면 웃어줬으면 좋겠다-박수영
100자평
‘자살’과 ‘소동’과 ‘환상’이라는 세 개의 화두로 엮은 신기하며 쾌활한 세 편의 짧은 이야기. 흥겨운 기분으로 죽음을 이겨내는 세 개의 상상력. 하지만 옴니버스라는 한계 때문인지 다들 뭔가 채 못 다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한석<씨네21> 기자
누군들 한번쯤 자살을 꿈꿔본 적 없을까. 늦잠을 자느라 시험을 놓쳐서, 부조리한 세상에 무력함을 느껴서, 혹은 아무도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세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그러하듯 지극히 사소한 계기로, 혹은 모호한 충동에 휩싸여 자살을 떠올린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맞닥뜨린 사건 또는 행운은 그들을 죽음이 아닌 소동으로 이끈다. 시한폭탄이 도사린 고등학교나 게이 양로원처럼 현실의 중력장을 벗어난 채 진행되는 <판타스틱 자살소동>는 시종일관 부담없이 경쾌하고 발랄하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딱 그만큼이다. 딱히 자살을 선택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어보이는 세 명의 캐릭터들이 내뿜는 분노는 어중간하고 좌절은 절실하지 않다.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낫다’ 류의 메세지를 큰 고민없이 재탕하는 듯한 아쉬움은 있지만, 순간 순간 폭소를 자아내는 만화적 상상력과 재치 있는 대사들의 활기가 좋다.
최하나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