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는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작품이다. 무자비한 난도질을 끊임없이 토해내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다. 폭력을 오락으로 승화시키는 노련한 연출, 적재적소에서 터져 나오는 풍부한 유머가 결합된 시종일관 재미를 잃지 않은 영화다. 이런 공포영화를 보면 샘이 난다. 장르 영화의 재미는 뒷전이고 겉멋에 치중하는 충무로 공포영화들의 존재가 새삼 가소롭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는 그냥 괜찮은 정도의 공포영화가 아니다. 막장으로 달려가지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장르영화의 전통과 연륜 이라는 내공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을 갖춘 <세브란스>. 공포영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편집장
<세브란스>는 테러방지의 미명하에 인명살상용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팔리세이드 디펜스(디펜스라니?)'직원이면서 나름 정치적 공정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살이 뜯기면 아프다는 명쾌한 사실을 직접 체감하며 도륙되는 과정을 담은 코믹 잔혹극이다. <세브란스>는 무척 '알찬' 영화이다. 속이 꽉찬 시나리오에 고순도 '피 튀김'을 자랑한다. 거기에 관습에서 오는 관객의 기대를 유유히 비껴가며 히죽거리는, 대단히 사실적인 유머와 삐딱한 풍자가 더해진다. (가령 이런것. 절체절명의 상황, 상대를 돌로 내려 찍기 위해 무거운 돌을 들려고 낑낑거리다 포기하고 좀 작은 돌을 집어든다든가 하는.) 7명이나 되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긴장을 고조시키다 허탈하게 만드는 편집의 리듬감 또한 일품이다. B급 정신 물씬 풍기며 장르를 가지고 노는 귀재를 발견한 느낌! 호러 매니아라면 놓칠 수 없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