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2월 20일(목)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혼자 차를 몰고 가던 은수(천정명)는 산 속 도로에서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깊은 밤, 외진 숲속에서 눈을 뜬 그는 정체불명의 어린 소녀 영희(심은경)를 발견하고 따라 간다. 마치 동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도착한 그는 영희 외에 오빠 만복(은원재)과 막내 동생 정순(진지희), 그리고 그들의 부모를 만난다. 과자나 빵으로 가득 한 식탁은 물론 귀여운 장식품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꼭 들게 다 갖춰진 집이다. 하지만 전화는 불통이어서, 하룻밤 신세를 진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집을 나선다. 그런데 한참 미로를 헤맨 것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렇게 은수는 매일 숲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게 되고, 급기야 그들의 부모는 사라져 버린다. 은수의 불안과 의혹이 깊어가는 가운데 다락방에서는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눈치 챈다. 그리고 길을 잃은 또 다른 남녀가 집에 찾아온다.
말말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촬영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제주도와 부산에서 각각 2개월씩 촬영했는데 제주도의 숲에서 헤매는 신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제주도에서 첫 촬영하는 날에는 숲에서 정말 길을 잃어 아침에 숙소로 돌아온 적도 있다. 내년 1월 입대를 앞두고 제일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방수가 잘 되고 튼튼한 전자시계다.” -천정명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은수(천정명)의 교감이다. 왜곡되고 변질된 아이들의 진심이 마지막에 통했을 때 관객은 조카나 자신의 아이들에게 사탕이라도 사다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묘사가 있기는 하지만, 고통과 상황을 전달하고 싶었다.” -임필성 감독
100자평
재미있는 사실은 임필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극일기>에서 실제 아버지 도형(송강호)을 원망하다 죽은 아이도 13살이었고, <헨젤과 그레텔>의 만복이도 13살이다. 그들은 13살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들이다. 그렇게 임필성 감독 세계의 어떤 원형이 담겨 있다 할 수 있는 단편 <소년기>(1999)의 소년처럼 <헨젤과 그레텔>도 통과의례의 공포, 혹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표정 이면에 도사린 공포를 그린다. <남극일기>에서 열려진 남극의 도달 불능점을 향한 욕망이, 폐쇄된 집안에서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다는 속죄의 정서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헨젤과 그레텔>은 영화 속 여러 요소들을 대중적 호흡으로 봉합하는데 주춤했던 <남극일기>와는 반대로, 후반부에 이르러 아이들의 비밀을 다소 신파에 가깝도록 드라마틱하고 명쾌하게 드러낸다. 다만 천정명과 아이들의 연기를 비교하자면 아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주성철 <씨네21> 기자<헨젤과 그레텔>은 엄밀히 말해 호러는 아니다. 장르적으로 호러가 될 수 있는 표식들이 초반에 많이 존재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정서적 목표는 ’인정 사정 없는 공포감 조성’과 거리가 멀어 호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헨젤과 그레텔>은 스릴러도 아니다.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 갇힌 주인공 은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지만, 이 영화의 질문과 답은 그 다음 단위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발생시키지 않고 1차원적인 것에 머물기 때문에 정답이 나오기 전까지 긴박감은 계속 유보된다. <헨젤과 그레텔>은 휴먼드라마다. 예쁘고 착한 세 아이가 부모를 원하는 사연은 길 잃은 청년 은수의 사연과 맞물려 주인공들끼리 동병상련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공통된 비극을 종결시키는 해피 엔딩을 이룬다. 은수에게 떠나지 말라며 코끝이 빨개지도록 우는 아이들의 클로즈업과, 힘겨워 보이는 세 남매의 뒷모습은 가슴이 너무 저리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꽤 많다. 그래서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의 상처를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였구나, 결론짓게 된다
박혜명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