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감독: <천년학>의 임권택
101번째 영화는 더 새롭게 해볼 거요
“어제는 두바이에도 다녀오고 올해는 내내 힘들게 강행군이네요.” 임권택 감독은 막 4회 두바이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귀국해 쉬고 있던 참이었다.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없는 ‘국민감독’ 임권택은 올해 그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게 상징적인 한해를 보냈다. 영화계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을 완성한 것은 물론, 3월에는 <천년학> 개봉을 기념하는 수많은 후배 영화인들의 헌정행사가 열렸고, 7월에는 동서대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라는 단과대를 설립했으며, 11월에는 프랑스 최고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것은 그가 <천년학>을 통해 여전히 “완숙하고 타협하지 않은 화해의 세계”(김소영)를 보여줬기 때문이고, 언제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도전의 영화감독”(정한석)이었기에 “100번째 영화라는 것 때문에, <씨네21>의 호평을 단지 예의 차원의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남동철)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의 감독’을 꼽아달라는 설문에 참여한 31명의 기자와 평론가들은 그렇게 과반수가 넘게 임권택 감독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바쳤다.
고령의 현역감독으로서 100번째 영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당대의 세계 영화계를 둘러봐도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세계의 현역감독 중 그의 오랜 경력에 견줄 만한 감독은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일 것이다. 임권택 감독에게 인식론적 단절의 순간이라 말할 수 있는 ‘길 위의 영화’ <만다라>(1981) 이후 그 인물들은 늘 한반도를 떠돌았다. <서편제>(1993)의 마지막 장면도 불안하게 길을 떠나는 장님 송화의 모습이었고, <노는 계집 창>(1997)에서도 두 주인공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달리다 심지어 그를 제지하는 교통경찰을 만나야 했으며, <취화선>(2002)에서는 아예 도자기 가마의 불길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택했다. 그러기에 <만다라> 이후 임권택 영화의 주인공들 중 정착할 집을 마련한 주인공이 오직 <천년학>의 동호밖에 없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늘 떠돌던 인물들이 소리에 북장단을 맞추며 마치 두 마리 학처럼 날아오른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이 긴 여행을 끝내고 오랜 사랑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의 영화인생, 그리고 그를 향한 우리의 노스탤지어가 너무나 멋진 화음을 이룬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천년학>이 만족스런 흥행 결과를 낳지 못했다는 사실은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애초에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가 새로운 투자자와 제작사를 만나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갖게 됐던 기억을 떠올려볼 때, 더불어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는 막연한 기운이 도달한 상징적 지점이자 의미있는 마침표가 바로 <천년학>이었음을 되짚어볼 때 그것은 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은 “나 스스로도 대단히 실망스럽긴 했지만 뭐 별수없지요”라며 “오히려 기왕에 해온 100편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지요. 내 영화 만들기에 대한 각성이라고나 할까요? 한창 모색 중에 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더 나은 101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전혀 새로운 시도도 그 모색 속에 포함돼 있다. 그렇게 그는 100이라는 높고 거대한 상징적 고개를 넘고서 오히려 더 홀가분한 여유를 갖게 됐다. 여전히 그의 새로운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도 거기 있다.
올해의 남자배우: <우아한 세계> <밀양>의 송강호
송강호 대 송강호
그야말로 압도적인 지지다. <씨네21>의 송년설문에 참여한 31명 중 올해의 남자배우 항목에 응답한 사람은 27명이었다. 그중 송강호를 꼽은 건 21명. 물론 그가 남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긴 했다. <우아한 세계>와 <밀양> 두편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1년에 한편꼴로 출연하면서 조심스레 스스로를 드러내왔던 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지만, 송강호는 두편의 영화에서 공히 캐릭터와 합일하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때문에 송강호의 가장 큰 라이벌은 송강호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김치나 젓갈처럼, 송강호라는 배우가 켜켜이 재워지고 삭혀져서 발효된 맛이 이 영화의 내용과 가치를 결정지었다”(황진미)는 평가를 받은 <우아한 세계>의 그와 “송강호는 대체로 자연스럽게 캐릭터 속에 녹아 있다. 진짜 밀양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사람처럼 보인다”(한창호)는 반응을 얻은 <밀양>의 그는 대등한 경쟁을 펼쳤다. 약간 우세를 보인 건 <밀양>쪽이었다. “제2바이올린을 연주한 <밀양>의 연기가 주연작인 <우아한 세계>의 연기보다 더 좋”(듀나)다거나 “<밀양>의 전도연은 송강호라는 그림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변성찬)는 견해는 <밀양>의 종찬에게 더 무게를 두는 평가였다. 그건 그가 “모든 장면에서 정확히 필요한 양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본능”(김혜리)을 발휘했기 때문이리라.
현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 놈, 놈>)을 촬영 중인 송강호는 전화 통화에서 “<밀양>이나 <우아한 세계>가 커다란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특히 <밀양>은 모처럼 생각할 수 있는 뭔가 다른 작품이었던 것 같다”면서 “2007년은 뿌듯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놈, 놈, 놈>은 또 다른 종류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3월에 들어갈 <박쥐> 또한 새로운 모험이기에 열심히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여자배우: <밀양>의 전도연
설명이 필요없는 결과
“밀양. 칸. 아, 재미없어라.” 듀나의 낮은 탄식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부터 청룡영화상, 영평상, 대한민국 영화대상까지 ‘싹쓸이’한 전도연의 이름을 ‘올해의 여자배우’ 항목 아래 쓰는 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랴. 듀나 스스로 “하지만 재미없다는 건 그만큼 당연하다는 말이기도 하죠”라고 적을 정도로, 전도연이 최고 여자배우로 꼽힌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앗아간 신에 대한 분노를 너무도 격하게, “내장을 뒤틀어 피울음을 울”(박평식)면서 연기한 전도연이 없었다면 <밀양>은 존재할 수 없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자기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짜서 바쳐야 하는 고문에 가까운 수행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영화는 감독의 머릿속에만 존재했을 것”이라는 황진미 평론가의 이야기나 “전도연의 연기가 거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의 리액션만이 <밀양>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거의 유일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허문영의 지적처럼 전도연은 <밀양>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었다. 특히 배우에게 구체적인 연기 지시를 하기보다는 배우 스스로 길을 찾도록 유도, 아니 ‘강요’하는 이창동 감독과의 협업을 뛰어나게 소화했다는 점만으로도 그녀는 평가받을 만하다. “이창동의 지독함을 견뎌내고 이겨낸 것, 그녀는 대견하다”는 변성찬 평론가의 이야기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해준다.
2004년 <인어공주>로, 2005년 <너는 내 운명>으로 <씨네21>이 꼽은 올해의 여자배우로 선정됐던 전도연은 “<인어공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전도연 연기의 총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너는 내 운명>과 <밀양>은 전도연이 지닌 스펙트럼의 왼쪽과 오른쪽에 숨어 있던 한뼘을 들추어냈다”는 김혜리의 말처럼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하고 있다. 곧 촬영에 들어갈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서도 전도연의 또 다른 ‘숨어 있는 한뼘’을 만날 수 있길.
올해의 제작자: 영화사 KINO2의 김종원
새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지난해 심각한 좌초위기에 처했던 <천년학>의 ‘구세주’가 바로 영화사 KINO2의 김종원 대표였다. 월간 <말> 편집국 기자를 거쳐 한때 월간 <KINO>의 발행인 겸 대표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잡지 출신 ‘신인’ 제작자로 다른 쟁쟁한 이들을 제치고 이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올해 한국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순간을 무사하게 이끌어준 이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 전체를 짊어진 어떤 사명감이 수반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완성해서 개봉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다”며 “나만의 공이라기보다 자본의 논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해준 많은 투자자와 영화인들 덕”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렇게 그는 센츄리온기술투자의 메인 투자와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의 현물 투자 등을 합쳐 순제작비 35억원을 확보해 <천년학>의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천년학>은 관객과의 소통 측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어쨌건 힘차게 2008년을 시작할 생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기획에 들어간 KINO2의 두 번째 영화도 무사히 매듭지어야 하고, 방송용 영화 등 여러 구체적인 사업들을 새해가 되면 더 소상하게 밝힐 수 있을 거란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제작에 대한 구상도 물론 열려 있는 상태다.
올해의 시나리오: <밀양>의 이창동
서사의 생명력이 살아 있다
“이창동의 서사는 오염된 의미들을 끝내 소진시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과정”(허문영)이다. 혹은 <밀양>을 통해 이창동 감독은 “해석과 재창조로서의 각색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김혜리). <밀양>이 올해의 시나리오에 꼽힐 만한 것임을 이 말들이 뒷받침한다. 혹은 이창동 감독 본인은 지금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영화의 방향에 맞게 연출부들이 발로 뛰어 취재해온 밀양의 생생한 모습을 살리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시나리오와는 좀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영화에서 점점 좋은 서사가 사라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좋은 서사라는 건 어떤 사회의 분위기나 갈등의 강도와 같이 가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점점 행복해질 때 서사는 점점 줄어들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가 행복해져서 서사가 줄어드는 건지….” <밀양>은 서사의 생명력을 아직 힘겹게 믿는 영화다. 올해 그걸 함께 믿은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마이파더>의 대니얼 헤니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을 자처한 입양아 이야기에, 실제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어머니과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혼혈배우만큼 어울리는 캐스팅이 또 있었을까. “매우 적절한 배역을 만나 캐릭터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접근했다”는 김혜리의 평처럼 <마이파더>의 제임스 파커는 대니얼 헤니, 그 자신과 자연스럽게 조응하는 인물이다. 자상한 양부모 아래 구김없이 자라났고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 친아버지에게도 선뜻 대화의 손길을 내미는 이 캐릭터는, 대니엘 헤니의 반듯한 표정과 보탤 것도 덜어낼 것도 없는 연기를 거치며 풍성하게 살아났다. 그러니 스타덤에 오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봄의 왈츠>는 물론이고 영화 데뷔작 <Mr. 로빈 꼬시기>에서도 ‘로맨틱가이’에 머물렀던 그를 기억하는 이라면, “<Mr. 로빈 꼬시기>에선 스스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쳤지만 <마이파더>의 대니얼 헤니는 배우로 거듭나는 환골탈태를 보여주었다. CF모델이나 로맨틱코미디에 걸맞은 얕은 연기가 아닌 진지한 정극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난 것이다”, 나아가 “온화한 미소는 물론 격렬한 슬픔과 분노, 그리고 혼란에 빠진 애매한 표정들까지 신인배우에게 기대하는 연기 이상의 것”을 선사했다는 황진미의 찬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별빛 속으로>의 차수연
3년 뒤가 더 기다려진다
유난히 가뭄에 시달린 한해였다. 올해 신인 여자배우는 선뜻 누구 한명을 뽑기 힘들 정도로 눈에 띄는 사람이 없었다. TV에서만 보던 배우의 괄목할 만한 스크린 데뷔도, 풋풋한 신인의 깜짝 놀랄 등장도 없었다. <별빛 속으로>에서 능청스럽게 여고생을 연기한 차수연만이 올해의 신인배우란 타이틀 아래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역으로 그런 의미에서 차수연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그녀는 <별빛 속으로>에선 신비스러운 여고생 수지를 연기했고,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선 팜므파탈의 정부 샤오밍으로 출연했다. 훌륭한 연기로 완성된 느낌의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차수연은 이영애와 전지현을 떠올리게 하는 마스크가 현재의 능력보단 앞으로의 스타 가능성을 예감케 했다. “몇년 전 TV드라마에선 막대기 같더니 <별빛 속으로>에선 시치미 딱 떼고 연기를 잘하더라”(송효정)는 평처럼 그녀의 몇년 뒤는 최소한 지금보다 몇배는 더 성장할 수 있을 테니.
올해의 신인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이보다 더 재기발랄할 수는 없다
유희는 나의 힘. 청년필름에서 준비 중이던 상업영화가 기약없이 늦춰진 뒤, “노느니 영화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영화”였다고 한다. 그러나 “<은하해방전선>보다 더 재기발랄한 영화를 올해 본 적이 있는가”(정한석)라며 <씨네21> 필진 31명 중 12명이 윤성호 감독을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꼽은 것은, 정치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그만의 친근한 농담 화법 때문일 것이다. 한창호 영화평론가는 “이 시대를 향한 성찰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경쾌한 유머를 만들어냈다”며 윤성호 감독과 <은하해방전선>을 올해의 (신인감독이 아닌) 감독·영화로 지목할 정도였다. 지난 11월29일 개봉한 뒤 3천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한 자신의 데뷔작에 대해 윤성호 감독은 “예상보다 리뷰는 후하고 관객은 적었다”고 말한다. 연말연시에 걸쳐 인권영화프로젝트의 촬영과 편집을 마친 뒤 두 번째 장편의 시나리오를 쓸 예정이다. 어떤 영화냐고? “시나리오를 쓰기 전까지는 모른다. 계속해서 장난을 치고 싶긴 한데, 하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걸 보면서 이젠 좀 어른스러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놀랄 필요없다. “관계자들만 알아듣는 <은하해방전선> 속 농담을, 좀더 보편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니까.
올해의 촬영감독: <밀양>의 조용규 촬영감독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힘
촬영감독에게 <밀양>은 곤혹스러운 영화다. “어디든지 굴러다니는 햇빛을, 그야말로 은밀하게 숨겨두는 카메라”(한동원), “피사체와의 거리, 다가가고 물러나는 움직임이 더없이 적절했다”(김혜리), “많이 벗어나 있지 않아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약간 벗어나 있어서 물리지 않는 담백함”(송효정) 등 조용규 촬영감독을 향한 지지의 대부분은 그런 어려움을 인지한 듯, 보이지 않는 것의 절절한 물질성을 보이게, 혹은 느끼게 만드는 보기 드문 능력에 대한 것이다. 이정향, 봉준호, 이해영·이해준 등의 데뷔작을 함께했던 그가 이창동과 호흡을 맞춘 <밀양>은 좋은 감독, 좋은 시나리오를 향한 본능적인 감식안이 제대로 발휘된 결과. 여기에 좋은 배우에게서 좋은 연기를 끌어내는 마술 같은 핸드헬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시나리오에 맞춤한 스타일을 찾아내는 겸손함 등 그의 오랜 장기가 결합됐다. 개봉을 앞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촬영을 마친 조용규 촬영감독은 현재 오랜 지인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 <다찌마와 리>를 준비 중이다.
올해의 촬영감독: <검은 땅의 소녀와> <경계>의 김성태 촬영감독
자연과 인간을 함께 보는 눈
“하하하하. 오지로 다니면서 고생만 한 줄 알았더니 이런 보람이 다 있다. 내게도 알찬 한해였다. 장률, 전수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더 많이 알고, 더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 올해의 촬영감독에 공동선정된 김성태 촬영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와 <경계>의 촬영감독이다. 이 두편의 촬영을 통해 그는 “삭막한 자연 속의 따뜻한 인간들을 담아낸 시적인 영상, 자연보다 더 삭막한 인간의 삶과 거칠게 다가오는 시련들을 버텨내는 인간의 의지를 군더더기 말도 필요없이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의 힘을 보여주었다”(김지미) 등 높은 평가를 얻었다. 그의 촬영술에는 신기하게도 자연과 인간을 같이 생각하게 하는 배려가 있다. 지하 몇 백미터의 갱도에서(<검은 땅의 소녀와>),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몽골의 사막에서(<경계>) 그의 어깨 위에 있었을 카메라. 그 정직한 눈이 없었다면 우리는 올해 두편의 좋은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와 <경계>를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