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홈런타자를 기대했던 한국영화, 만루홈런을 맞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연말 시즌을 맞은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12월27일 개봉한 <가면>과 <헨젤과 그레텔> 또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2월27일 현재, 예매 순위에 따르면 <가면>과 <헨젤과 그레텔>은 8% 이하의 점유율을 보이며 고전 중이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영화가 지난 12월18일에 개봉한 <내 사랑>이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24일에 9만5천명, 휴일인 25일에는 14만5천명을 동원한 <내 사랑>은 다음날인 12월26일까지 전국에서 약 60만3천명을 동원하며 1월 첫주 예매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지켰다. 물론 블록버스터 외화들의 공세는 더더욱 거침이 없다. 개봉 8일 만에 전국 200만명을 돌파한 <황금나침반>이 2주 연속 예매 순위 정상을 차지했는가 하면, 1월 첫주의 새로운 선수인 <마고리엄의 장난감백화점>과 <아메리칸 갱스터>도 가세해 상위권 순위를 채우고 있다. 한 배급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2008년 초도 어떤 영화가 나오든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예상했다.
현 상황을 두고 영화인들은 표면적으로는 대대적인 외화의 강세를 이유로 든다. 또 연말 시즌에는 가족영화가 대세인 탓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싸움>과 <용의주도 미스신> 등 연말 흥행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영화들까지 개봉 첫주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을 두고 한국영화에 대한 보편적인 지지도가 떨어진 것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싸움>을 배급한 시네마서비스의 김동현 팀장은 “<내사랑>이나 <용의주도 미스신>이 큰 성과를 냈다면 단지 우리 영화의 문제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상황을 볼 때는 이제 관객이 한국영화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1월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무방비도시>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영화가 악화일로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