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엘렌 페이지] “주노는 다차원적 아이예요, 거의 만날 수 없는 그런 존재죠”
2008-02-20
글 : 문석
<주노>의 엘렌 페이지 서면 인터뷰

21세기에도 신데렐라의 신화가 존재한다면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엘렌 페이지다. 10살 때 연기를 시작한 이 신동은 배우로 활동한 지 딱 10년 만에 수많은 감독들이 함께 작업하기를 꿈꾸는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호박마차와 유리구두는 물론 <주노>다. 1억달러 이상 흥행,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4개 부문 후보 지명 등 <주노>는 엘렌 페이지의 확실한 출세작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노>의 개봉과 드루 배리모어의 감독 데뷔작 <Whip It!>, 샘 레이미의 호러영화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줘> 등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엘렌 페이지와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가졌다.

-<주노>가 대성공을 거둔 만큼 당신 또한 대단한 스타가 된 것 같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 앞에서 편하지 않다”고 했는데, <주노> 이후 삶이 많이 바뀌었나요.
=<주노>가 그 정도까지 내 인생을 바꿔놓지는 못했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변화는 겪었는데, 그 영화가 돈을 많이 벌었고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정도죠. 집을 나가 밖에 있으면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보는 것 같아요.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각별히 즐기는 것까지 이상할 건 없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척 흥분했고 정말 좋아했어요. 그 영화에는 따뜻함과 낙관주의가 들어 있어서 나 또한 그저 거기에 초점을 맞추려 했어요.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새로운 기회로 이끌어줬어요. 그건 엄청난 선물이죠.

-그동안 나왔던 영화보다는 아무래도 <주노>의 주노라는 캐릭터가 실제의 당신과 가장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도 주노와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주노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고요. 물론 표면적인 수준에서라면 나는 대중적인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 미디어 속의 젊은 여성보다는 훨씬 더 주노에 가깝죠. 하지만 나는 주노와 상당히 다른 면을 많이 갖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당신이 주노라는 캐릭터에 잘 몰입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주노를 연기할 때 어떤 느낌으로 임했나요.
=내 생각에 연기의 상당 부분은 (영화 속 캐릭터인) 다른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면 이루어지는 거예요. 일단 주노와 같은 상황을 맞은 사람이 어떻게 느낌을 갖게 될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하고, 그리곤 그저 내가 그 상태가 되도록 내버려두면 되죠. 그런 방법은 배우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이 새로운 상황을 수용하기 위해 몸으로 하는 모든 표현도 그것을 따라가게 되니까요.

-임신부 연기가 리얼하게 느껴졌습니다. 혹시 이 연기를 위해 무언가를 따로 준비했나요.
=그 연기는 그 캐릭터의 자그마한 일부였을 뿐이긴 했지만, 임신한 다른 사람을 보면서 연구했던 것이 중요했어요. 내게는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원더랜드>에 출연했던 배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됐어요. 실제로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고, 그 모든 것을 도둑질했어요. (웃음)

-<주노>의 시나리오에 관해서 “아직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10대 소녀 캐릭터라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한 적이 있던데, 어떤 면이 그렇게 새롭게 느껴졌습니까.
=내 생각에 그녀는 지적이고 섬세하면서 유쾌해요. 하지만 주노는 동시에 일종의 거만한 아이죠. 그리고 나이브하고 돌발행동을 잘하는 아이일 수도 있고요. 결국 그녀는 엄청나게 다차원적인데, 그런 면에서 우리가 거의 만날 수 없는 그런 존재죠.

-<주노>의 모든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현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완고해 보이는 부모님이 주노의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어찌보면 비현실적이기도 했어요.
=그건 사람마다 각각 다를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각자가 맞닥뜨리는 상황도 모두 다를 것이고요. 그러한 상황과 그러한 순간에 처해지지 않은 사람이 다른 이의 행동에 관해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선택은 젊은 여성들이라면 항상 가능해요. 그들은 스스로를 위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모든 부모들 또한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 또한 정말로 나의 선택을 지지하는 쪽일 거예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물론 부모님이 기뻐할 리는 없죠. 주노의 부모님 또한 기분이 안 좋았을 거예요. 그들은 주노에게 실망했겠지만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행동은 그저 그녀를 지지해주고 가능한 모든 사랑을 주는 것이죠.

-외람된 말이지만, 당신은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잖아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나는 그저 나예요. 나는 내 외모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려 하고 내가 느끼는 바에 대해서 솔직하려 해요. 그저 그뿐이죠.

-차기작은 결정됐나요. <주노>에서 리아로 등장한 올리비아 설비와 <잭과 다이앤>이라는 영화에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잭과 다이앤>은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아요. 대신 여름에는 드루 배리모어의 감독 데뷔작인 <Whip It!>을 함께 찍을 거예요.

사진제공 미로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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