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수상
2008-02-2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결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언 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닐지 몰라도, 코언 형제를 위한 밤은 확실히 준비됐다.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다. 현지 기준 2월24일 일요일 LA 코닥 극장에서 열린 제80회 오스카 시상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케이블 채널 OCN을 통해 생중계 됐다. 2007년 말 부터 각종 비평가 협회와 직능별 조합상을 수상하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와 겨뤄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냉혈한 살인마로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위해 무대로 올라선 조엘 코언은 형제가 어린 시절 미니애폴리스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헨리 키신저: 맨 온 더 고>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 시절 우리가 했던 일들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그 시절 모래판에서 계속해서 놀게 해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라비앙 로즈>

조지 클루니, 토미 리 존스 등이 부문 후보에 오른 남우주연상은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대니얼 데이-루이스에게 돌아갔다. 1989년 <나의 왼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2번째 수상이다. 19세기 초 미국의 석유 사업가 대니얼 플레인뷰를 연기한 그는 2007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렌 미렌으로 부터 트로피를 넘겨 받았는데, 기사 작위를 받는 듯 미렌 앞에 무릎을 굽혀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미렌도 이에 응수해 트로피를 데이-루이스의 양 어깨에 내리는 시늉을 했다. 지난해 미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더 퀸>을 의식한 제시처였던 것. 데이-루이스는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그가 연기한 분노와 불신만을 품은 대니얼 플레인뷰와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예의바르게 수상소감을 말했다. “마음 속 깊이 나에게 이 상을 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 멋진 트로피를 보며, 제일 먼저 이 영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한 정신 나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라비앙 로즈>에서 프랑스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을 놓고 <어웨이 프롬 허>의 줄리 크리스티, <주노>의 신예 엘렌 페이지, <야만인들>의 로라 리니, <골든 에이지>의 케이트 블란쳇과 겨룬 마리온 코티아르는 그녀 생애 첫 오스카 후보로 오르는 영광과 동시에 여우주연상 부문이 생긴 1960년 이래 처음으로 수상한 프랑스 여배우가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디트 피아프로 분해 프랑스 뿐만 아니라 해외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받은 코티아르는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란 눈치였지만 무대에 올라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감사합니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님, 당신은 내 인생을 뒤흔들었어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정말 감사를 전합니다. 너무 감사해요. 음, 할 말이 생각이 안나요. 땡큐 라이프, 땡큐 러브. 이 도시엔 정말 천사가 사는 게 맞나봐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마이클 클레이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 역으로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연기자 상을 수상한 하비에르 바르뎀도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스페인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한 배우가 됐다. 감독인 코언 형제에게 고마움을 먼저 전한 바르뎀은 수상소감에서“덕분에 가장 공포스러운 헤어 스타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고, 수상을 영화의 모든 출연진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또, 바르뎀의 그의 조국인 스페인과 그와 시상식에 동석한 어머니, 여배우 필라 바르뎀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어머니, 이 상은 당신에게 드립니다. 당신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위한 상입니다. 스페인과 여러분들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빠른 스페인어로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마이클 클레이튼>의 틸다 스윈튼에게로 돌아갔다. 레드 카펫을 지날 때 누가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냐는 짓궂은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상을 받는다고 해도 수상소감 같은 건 준비해오지도 않았다”던 스윈튼은 수상소감도 비슷한 맥락에서 말했다. “<주랜더>의 첫 장면과 반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이름으로 천천히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뭐라고 말해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한편, 여우주연상과 조연상 두 부문 모두에 이름을 올린 케이트 블란쳇은 빈 손으로 돌아갔다.

각본상은 <주노>의 디아블로 코디가 수상했다. 생애 첫 시나리오로 오스카 각본상까지 수상한 디아블로 코디는 평소 그녀의 패션 코드를 그대로 드러내듯 검은 머리에 레오파드 패턴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이 상은 모든 작가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족처럼 아끼고 감독으로서 존경하는 제이슨 라이트먼에게 공을 돌립니다.”

<원스>

주제가상은 3곡이나 후보에 올린 <마법에 걸린 사랑>을 제치고 <원스>의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듀엣으로 부른 "Falling Slowly"가, 작곡상은 <어톤먼트>의 다리오 마리아넬리가 수상했다. <원스>의 두 주연배우는 수상소감을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오케스트라가 글렌 한사드의 수상소감이 끝나자마자 음악을 연주해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한 마디도 못하고 내려가야 했는데, 사회자인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가 다시 무대로 불러 소감을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영화에 진실했던 만큼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많은 영화들이 예술과는 다른 의미에서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영화 예술은 종종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가와 대면하게 됩니다.”

작가조합의 파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취소시키며, 시상식의 개최 자체가 이슈로 떠올랐던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애초에 어떤 형식으로든 시상식을 열겠다고 굳건한 의지를 밝혔고, 3개월간 이어진 작가조합의 파업이 시상식 개최 2주를 앞두고 타협으로 국면을 전환하면서 2008년 들어 가장 화려한 시상식을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코닥 극장을 찾은 유명인사들은 레드 카펫을 빛냈고, 예상을 빗겨간 수상결과의 의외성은 시상식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다음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결과다.

제80회 아카데미 수상 결과

작품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상: 에단 코언, 조엘 코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남우주연상: 다니엘 데이 루이스 <데어 윌 비 블러드>
여우주연상: 마리온 코티아르 <라비앙 로즈>
남우조연상: 하비에르 바르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여우조연상: 틸다 스윈튼 <마이클 클레이튼>
각본상: 디아블로 코디 <주노>
각색상: 에단 코언, 조엘 코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촬영상: 로버트 엘스윗 <데어 윌 비 블러드>
편집상: 크리스토퍼 로우즈 <본 얼티메이텀>
미술상: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의상상: 알렉산드라 번 <골든 에이지>
작곡상: <어톤먼트>
주제가상: "Falling Slowly" <원스>
분장상: <라비앙 로즈>
음향상: <본 얼티메이텀>
음향편집상: <본 얼티메이텀>
시각효과상: <황금나침반>
과학기술상: 데이비드 그라프톤
장편 애니메이션상: <라따뚜이>
외국어영화상: <더 카운터페이터스>(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상: <택시 투 더 다크 사이드>
단편 다큐멘터리상: <프리헬드>
단편 애니메이션상: <피터와 늑대>
단편영화상: <Le Mozart des Pickpoc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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