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람보, 그래 너는 전설이다
2008-02-28
글 : 강병진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80년대 액션영웅 람보에 관하여

예전부터 람보는 ‘말도 안 되는’ 전사였다. 언제나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일개 사단이 싸워도 모자랄 적들을 소탕하지 않았던가. 20년 만에 돌아온 <람보4: 라스트 블러드>에서도 그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은 여전하다. 역시 이번에도 관객은 그의 전쟁에 환호하다가도 혀를 찰지 모른다.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게 다 있어!” 하지만 그건 람보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충분히 환갑의 나이에도 그럴 수 있는 남자다.

1. 람보의 신상명세

<람보4: 라스트 블러드>

이름 존 제임스 람보. 1947년 7월6일, 미국 애리조나 보위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디언 종족 중 하나인 나바호족의 후예이고 어머니는 독일계 미국인이다. 어쩌면 그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전사적 기질은 아버지의 혈통을 이어받은 것일 수도. 1964년 17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해 특수부대에서 활약한 그는 사무엘 트로트먼 대령(리처드 크레나)의 눈에 띄어 그린베레부대로 차출되었다. 그가 왜 군에 입대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아마도 어린 나이에 부린 객기였거나, 시골 소년이 품은 입신양명의 꿈 때문이 아니었을지. 어쨌든 군 생활 동안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은성훈장 2개, 청동훈장 4개, 수훈장과 명예훈장을 받은 그는 ‘미국 연방의 어느 주에서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을 정도의 특권’을 부여받았다(1988년에는 정부가 주겠다는 2등 명예훈장을 자신이 구한 포로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동료들과 함께 베트공의 포로수용소를 정찰하는 코볼작전을 수행하던 중 동료를 잃었던 그는 한때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정신분열증을 겪기도 했다. 1982년에는 옛 전우를 만나러 로키산맥 주변의 한 마을을 찾아갔다가 보안관의 과도한 심문을 받던 중 정신분열을 일으켜 대형사고를 쳤으며, 약 2박3일에 걸친 이 소동으로 교도소에 구금됐다. 하지만 차분히 수감생활을 하던 도중 정부의 부름을 받고 다시 작전에 투입됐고 이때 혁혁한 공을 세워 나머지 5년 형기를 감면받았다. 이후에는 타이의 사원에 숨어살다가 1988년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뛰어들어 또 공을 세웠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타이의 한 시골마을에서 과묵한 뱃사공으로, 코브라와 비단뱀들을 잡아 파는 땅꾼으로 조용히 살고 있었다. 위험을 불사하고 기어이 미얀마의 전쟁지역으로 가겠다는 한 기독교봉사단체가 그를 찾기 전까지는, 그리고 과거의 영광에 미련이 많은 어느 노장배우가 그를 부활시키기 전까지는.

2. 람보의 필살기

군대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상전과 헬기조종에 능하다. 하지만 사실 그의 전사적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부비트랩 및 크레모아 설치, 활쏘기, 무반동총 사격 등 무기활용 면에서 뛰어나며 칼 하나로도 몇 십명을 죽인다. 물론 몸 자체가 무기인 그는 악력만으로도 적의 목줄기를 뜯어 교수형을 시키기도 한다. 의학적인 치료에도 능해 마취도 하지 않고 손수 자신의 상처를 꿰매고 총알 속의 화약으로 상처를 소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력도 어찌나 강한지 1985년에는 수도원 건설장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배도 고치고 뱀도 잘 잡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은 어떤 아픔에도 굴하지 않는 인내심이다. 칼로 가슴을 찢기든 얼굴을 찢기든 아니면 전기고문을 당하든 람보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는다.

3. 람보의 약점

미루어 짐작하건대 연애능력이 제로다. 아마 지난 20년간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애틋한 로맨스 따위는 경험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미 82년부터 88년까지 어느 지역, 어떤 작전에서도 남녀상열지사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노출한 적이 없다. 다만 1985년 작전지역까지 길 안내를 해주던 코(줄리아 닉슨)에게 잠시 연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녀는 람보에게 자신을 미국까지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고 두 사람은 짧은 키스를 나누었지만 입술을 떼고 길을 나서자마자 등장한 적이 그녀를 죽인다. 이후 람보는 그녀가 행운의 마스코트로 가지고 있던 목걸이를 간직했으나 그마저도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소년에게 작별선물로 줘버린다. 어쩌면 그는 연애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연애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는 남자일지도. 하지만 언제나 트로트먼 대령을 비롯한 사람들의 부탁 때문에 목숨을 거는 것을 보면 그의 가장 큰 약점은 귀가 얇다는 점이 아닐는지.

4. 도대체 몇명이나 죽였나

군 생활 동안 59명의 적을 죽였다. 1982년에는 자신에게 총알을 갈기는 헬기를 향해 짱돌을 집어던졌다가 본의 아니게 보안관 한명을 낙사시켰다. 이후 1985년에는 베트남 지역에서 58명을,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78명의 적을 죽였으며 2007년에는 83명의 적을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베서 죽였다. 미필적 고의로 죽인 보안관을 포함해 지난 60년의 탈 많았던 세월 동안 그가 죽인 사람은 총 279명. 람보도 자신의 과업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인정한다. 2007년 미얀마 지역의 종교봉사단체를 구하러 떠나기 전날 밤 그는 홀로 생각했다. “언제나 피가 끓고 전쟁에 목말라있지. 그들은 모두 너를 위해서 죽인 거야. 명분만 있다면 살인은 우스운 거니까.” 마지막으로 손에 피를 묻힌 람보는 결국 살인본능을 접고 아직도 자신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우체통이 있는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과연 그는 남은 여생을 편안히 살 수 있을까. 부디 아무쪼록 이번이 마지막으로 본 피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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