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 <무용>
2008-05-03

Useless/2007/지아 장커/81분/중국/오후 10시 30분/메가박스 6
지아 장커는 다큐멘터리 <무용>이 화가 리 샤우동을 주인공으로 했던 다큐멘터리 <동>에 이어지는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중국의 혁신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커. “요즘 중국에서 영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오해받는다. 중국은 더 물질적으로 되어가고 사람들은 빵이나 차를 생산하게 되는 것에 가장 관심을 갖는다”고 꼬집어 말하는 마커는 과연 지아 장커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아티스트임에 분명하다. “우리 몸에 밀착해 있는 옷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지아 장커는 화답하며, “마커의 ‘무용’ 컬렉션이 나로 하여금 중국의 사회적 리얼리티를 성찰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의복에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그리고 전통을 껴안을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건 무용한 짓이라고 무시해온 중국 패션계에 조종을 울리기 위해 패션 디자이너 마커가 도리어 반어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명으로 삼은 ‘무용’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됐다. 지아장커는 그러나 마커만 좇지 않는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광동 지방의 의류 공장이 첫 번째 무대다. 두 번째가 파리에서의 패션쇼를 준비하는 마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아 장커가 늘 그리는 샨시성 펀양의 광산 지역, 그 중에서도 허름한 양장점, 이곳에서 일하는 시골 재봉사와 이 마을의 광부들이 주인공이다. “극영화를 찍을 때는 객관성을, 다큐를 찍을 때는 현실속의 고유한 드라마와 주관적인 인상을 포착하려고 한다”는 지아 장커의 믿음이 이 세 번째 일화에서 만개한다. 시골 재봉사를 묵묵히 지켜볼 때, 빨랫줄에 걸린 광부들의 옷에 잠깐 스치는 바람을 놓치지 않을 때, 목욕하는 광부들의 검댕 묻은 육체와 입가의 웃음을 담을 때, 그 무한한 호의가 지아 장커가 표방하는 주관적인 인상이며 한 폭의 회화다. 두 번째 일화보다 첫 번째가, 첫 번째보다 세 번째 일화가 뛰어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세 번째 일화는 전작 <스틸 라이프>의 위대한 정물화적 필치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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