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인디아나 존스 4> 3인3색 읽기 ② 주인공 캐릭터로 읽기
2008-06-03
글 : 주성철
할리우드 고전 활극의 마지막 전설

그분이 오셨다. 그리고 정말 19년이 흘렀다. 3편 <최후의 성전>으로부터 4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실제 19년이 흘렀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3편의 배경이 나치가 기승을 부리던 1938년이었는데 4편의 배경이 그로부터 19년 정도가 흐른(정확하게는 20년) 1958년이라는 사실도 포함된다. 그렇게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와 해리슨 포드의 노화를 물리적인 시간으로 일치시켰다. 그렇게 보자면 아들 머트(샤이어 라버프)의 나이도 적당히 계산된다. 메리언(캐런 앨런)과 1편인 <레이더스>(1981)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가 영화 속에서 1936년 이후고, 1938년을 배경으로 한 <최후의 성전>에서는 이미 메리언과 헤어졌을 때니 그 사이 잉태된 아이였다면 흐른 시간만큼 머트의 나이가 될 것이다. 19년이란 세월은 시리즈의 공백이 아니라 그가 한 고고학자의 후계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인 셈이다. 그렇게 인디아나 존스는 무심한 아버지가 싫었던,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아버지 헨리(숀 코너리)를 존경했던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새 아들을 맞는다. 그러니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과거와 작별하고 미래와 악수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성장영화다.

인디아나 존스의 첫 등장은 당연히 그림자다. <레이더스>에서 메리언이 운영하던 네팔 산장에 그림자로 먼저 나타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다. 그가 옛날 그대로임을 가볍게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이 든 티를 내지 않는다. 옛 관객에게 추억을 환기시킴은 물론 슈퍼히어로 장르에 익숙한 지금의 관객에게도 확실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마궁의 사원>에서 벗은 상반신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해리슨 포드는 촬영 몇 개월 전부터 가공할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했었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초반부에 강제로 샤워를 당하는 해리슨 포드의 반라를 볼 수 있다. 머리는 백발의 비중이 높지만 몸 하나만큼은 믿어달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4편의 해리슨 포드를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옛날에 보던 것처럼 그를 보면 된다. 비록 초반부에 “예전엔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라든가 “왕년엔 팔팔했는데”라고 말하며 엄살을 피우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상대편 차가 쫓아오면 도망치기보다 일단 운전대를 동료에게 맡긴 뒤 그 차를 향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고 보는 식이다. 어떻게든 이기게 돼 있다. 시리즈마다 반복되어온 거구의 적과 싸우는 장면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레이더스>에서 거대한 엔진이 돌아가던 경비행기 앞에서 육박전을 벌였던 것처럼(당시 그 거구의 남자는 팻 로치라는 배우로 <마궁의 사원>과 <최후의 성전> 모두에 출연했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몰려드는 군대개미 더미에도 아랑곳없이 거구의 소련군과 일대일로 싸운다. 질 것이 뻔한 싸움에 뛰어들어 쓰러지고 또 쓰러지다가 기어이 이기고야 마는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은 그렇게 완성된다.

생각해보면 해리슨 포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름잡던 80년대 하드보디의 할리우드를 그저 호리호리한 몸매에 채찍 하나로 버텨낸 남자/지식인이다. 그의 주무기이자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방향을 뒤틀며 상황에 맞게 용도가 변화무쌍한 채찍은, 그 자체로 해리슨 포드가 액션배우로서 80년대는 물론 90년대 이후까지 그들보다 더 오래도록 허허실실 살아남은 방식이다. 무의미한 ‘선빵’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하고, 쉽게 일희일비하고,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으며, 적 앞에 한없이 ‘쿨’한 그의 개성은 저 멀리 <마스크 오브 조로> <바그다드의 도적> 같은 활극에서 맹활약했던 선배 더글러스 페어뱅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가장 가까이로는 위기에 빠져들수록 더 산만하고 나태해지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조니 뎁에게까지 맞닿아 있다.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하고 센 농을 건네야 직성이 풀리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도 그의 직계 후배쯤 될 것이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천변만화하는 그의 표정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하다. 그렇게 해리슨 포드는 이후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도 쫓기고 달아나는 사람이 더 멋져 보이는 액션영화의 주인공이자, 슈퍼히어로의 반대말이 됐다. 그는 할리우드 고전 활극의 마지막 전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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