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
2008-07-22

<놈놈놈>은 그간 노련하게 여러 장르들을 섭렵하던 김지운 감독이 대작영화의 규모에 짓눌린다는 인상이 강하다. 액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 역시 극강의 폼을 구사하지만 마지막 황야를 배경으로 한 추격전의 액션을 제외하면 오락영화로서 흥이 나는 곳이 별로 없다. 신명나는 오락영화를 추구했겠지만, 그러기엔 영화가 너무 길어 보인다. <놈놈놈>은 웨스턴이 아닌, 대작 규모로 제작된 퓨전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처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놈놈놈>의 만주는 <블레이드 러너>의 SF를 뺨칠 만큼 분주하다. 장르 인용 출처도 두개나 되는데다 30년대 만주의 무국적, 다문화 상황 역시 극도로 과장되었다. 덕택에 영화는 번잡하기 그지없다. 이야기도 많고 악당들도 많고 심지어 주인공들도 많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놈놈놈’에서 보았던 광활한 황폐함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광활한 만주 벌판이 이렇게 좁아보인 적은 없었다.
듀나/ 영화평론가

영화가 목적한 바는 제대로 잘 구현한 것 같다. 처음에는 열차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액션을 벌이다가, 그보다 넓은 귀시장으로 옮겨가서 액션을 벌이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벌판으로 나간다. 만약 처음부터 벌판을 보여줬다면 덜 했을 텐데 그렇게 공간이 넓어지니까 이미지의 해방감도 있는 것 같다. 내러티브가 긴장감을 부여하진 못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미지가 긴장감을 부여한다는 느낌이다. 내러티브를 멈추고 스텍터클을 계속 보여주는데, 그 스펙터클이 긴장감과 긴박감 만드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최소한 겉만 번지르르한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안시환/ 영화평론가

재밌게 보기는 했다. 그래도 좀 아쉽기도 하다. 이 영화를 크게 보면 도대체 저 상황에서 저 인물은 왜 저러나 하는 질문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알려준 만큼은 이해가 되는데 그 이상은 좀 안 된다. 이를테면 인물들이 서로 난투극을 벌이는 상황 자체는 이해되는데, 삼국파는 왜 나타났나, 태구는 왜 아편굴로 들어갔나, 송이와 도원은 무슨 관계인가 등은 이해가 안 간다. 그것이 김지운 감독이 장르영화를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려는 데 치중하다 보니 관객의 편의에 대해서는 조금 신경을 덜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활극이라 해도 서사는 캐릭터들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하다. 결국 스타일만 남게 되는 것 같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솔직히 영화 속에서 도원의 동선을 잘 모르겠다. 이를테면 도원은 영화 초반부에서 그때 열차 그 칸에 왜 와 있나, 정우성의 계획은 뭔가, 잘 모르겠다. 태구의 동선이 가장 잘 드러나고 창이의 동선은 조금 애매해도 알 수 있지만, 도원의 동선을 알 수 없으니까 세 사람 사이의 긴장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 같다. 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여서 뭉치고, 흩어지고, 다시 뭉치고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세 사람의 반응, 그에 따른 계획 수정이 있어야 하는데 정우성의 반응숏이 적은 것 같다.
허문영/ 영화평론가

독립운동사 등을 통해 잠시 엿보자면, 1930년대 만주는 개척시대 미 서부 못지않게 무정부주의적인 장소였다. 군벌과 마적이 군웅활거하는 이질적이고 혼종적인 다국적 공간으로, 자유도 100%의 기개와 활력이 넘치는 무질서의 공간이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첫째가 배경이고 둘째가 인물이다. <놈놈놈>은 세명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개성있는 조연들이 한 떼거리로 나오는 ‘총력전 체제’ 영화이다. 그중에서도 (나머지 두 주인공의 살인적 ‘가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주인공은 ‘이상한 놈’(송강호)이다. 그는 진정으로 한국적 영웅의 아우라를 풍기는(!) ‘(잡초처럼) 질긴 놈’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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