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크라임> Timecrimes
나초 비가론도/ 2007년/ 89분/ 스페인/ 부천 초이스
중년 남자 헥터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조용한 스페인 시골에 새집을 짓고 있다. 모든 것이 안온해 보이는 어느 날 망원경으로 숲을 관찰하던 헥터는 나체의 여인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헥터는 여인을 구하러 갔다가 얼굴에 붕대를 감은 괴한에게 습격당해 달아나고, 몸을 숨기기 위해 숲 속 연구실에 설치된 타임머신 안으로 뛰어든다. 제목이 <타임크라임>이니 시간여행과 관련한 SF영화인 것은 자명하고,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하는 영화일 것은 더욱 명백하다. 시간을 역행한 헥터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또다시 타임머신에 오르고, 그렇게 생겨난 헥터2와 헥터3와 헥터4 등등이 서로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머리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타임크라임>은 머리를 잘 굴리면서 봐야 재미있는 영화지만 관객과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지적 싸움을 벌이던 2004년작 <프라이머>(Primer)처럼 대뇌피질이 꼬일 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대신 영화는 <나비효과> <재킷> <데자뷰> 같은 할리우드산 시간여행 스릴러영화들처럼 타임 패러독스에 빠진 평범한 인간의 공포와 노곤함을 전달하는 주력한다. 욕심 없이 익숙한 아이디어 하나로도 꽤 즐길 만한 SF 장르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