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박쥐 돌풍이 거센데, 일본은 물고기 소녀 ‘포뇨’와 사랑에 빠졌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벼랑 위의 포뇨>(이하 <포뇨>)가 개봉 첫주 15억7581만엔(1480만달러)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포뇨>의 흥행기록은 이전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최고 흥행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교해 첫주 수입 96.6%, 관객동원율 104.4%에 달해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기록을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일본 최고수입을 올린 영화는 <포뇨>가 개봉하기 전까지 3주간 정상을 지켰던 <꽃보다 남자 파이널>로 개봉 24일 만에 약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48억엔의 흥행수입을 올렸는데, 곧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급을 담당한 도호에 따르면 <포뇨>는 주말 2일간 약 10억엔(94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전체 관객의 45%가 가족단위로 극장을 찾았고, 젊은 여성관객과 데이트무비로 선택한 커플들도 많았다고.
알려진 대로 <포뇨>는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에서 출발했다. 2006년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을 본 뒤 아들과 손자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포뇨>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5살 소년 소스케와 물고기 소녀 포뇨와의 관계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바다 아래 살고 있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이다. 어부가 친 그물에 걸려 죽을 뻔한 포뇨는 간신히 목숨을 구하지만 머리에 유리병이 끼어 꼼짝 못하고 해안가에 쓸려오는데, 소스케가 발견하고 구해주면서 둘의 우정이 시작된다. <재팬타임스>의 마크 실링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 인기작인 <이웃의 토토로>보다 더 단순한 이야기”라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호평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영화로 제2의 유년기를 시작하는 거라면 놀이터 모래판으로 돌아온 거장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주제가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동요풍의 주제가는 지난해 12월 발표돼 오리콘 팝차트와 일본 빌보드 2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얻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는 “주제가가 히트하면 영화도 히트한다”고 말해 <포뇨>의 롱런을 예고했다. 도호는 연말까지 꾸준히 <포뇨>를 장기상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