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4일에 개봉하는 영화 <젤리피쉬>는 그간 테러, 폭력,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해왔던 기존의 이스라엘영화와 달리 세명의 여자들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삶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에트가 케렛, 쉬라 게펜 부부가 어떤 사람들인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바다의 실제 배경이 되는 도시, 텔아비브와 주인공 세 여자 중 한명인 바티야 역을 맡은 배우 사라 애들러에 관해 알아보자.
1. 에츠가 케렛, 쉬라 게펜 부부
<젤리피쉬>의 두 감독 에츠가 케렛과 쉬라 게펜은 부부이다. 남편 에츠가 케렛은 첫 단편영화 <스킨 딥>(Skin Deep)으로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해 이름을 알렸지만, 실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대중작가이자 만화가. 특히 재밌고 초현실적인 그의 소설은 젊은층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냉장고의 소녀>(The Girl on the Fridge) <미싱 키신저>(Missing Kissinger) 등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또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단편영화, 애니메이션도 다수 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타티아 로젠셜 감독의 <벅의 가치>(A Buck's worth)라는 제목의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초현실주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헤르베 라스고티스 감독의 단편 <미친 접착>(Crazy Glue)는 발군의 작품(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www.etgarkeret.com)를 방문하면 <젤리피쉬>와 관련한 영화 전문지와의 인터뷰, 리뷰 등은 물론이고, 본인의 소설 출간 소식, 온라인 잡지 <넥스트북>(www.nextbook.org)에 기고하는 ‘시민 K’라는 칼럼(직접 겪은 사적인 경험을 고대 히브리어권 문화와 연결해 이야기하는 칼럼)까지 그와 관련한 소식과 글을 모두 접할 수 있다. 이력으로 치자면 그의 아내 쉬라 게펜도 만만찮다. 이스라엘에서 직접 희곡을 쓰는 연극연출가이자 다수의 영화와 연극에 출연한 배우이자 아동도서를 쓰는 소설가다. 영화 <젤리피쉬>의 시나리오도 아내 쉬라의 작품이다.
이렇게 이스라엘 문화를 이끄는 부부의 재능과 특기가 충분히 발휘된 작품이 <젤리피쉬>. 남편 에츠가는 만화가의 재능을 살려 프레이밍과 컷 분할을 맡았고, 아내 쉬라는 배우 경험과 연극연출가의 능력을 이용해 현장에서 연출지도를 맡았다. 이들의 첫 장편 <젤리피쉬>는 제60회 칸영화제에서 데뷔작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황금카메라상과 젊은 비평가상을, 프랑스극작가협의회(SACD) 선정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무엇보다도 임신 중이었던 쉬라 게펜 감독은 <젤리피쉬>의 마지막 편집과 동시에 아기를 출산해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2. 텔아비브의 바다, 이스라엘의 피신처
<젤리피쉬>의 주인공 바티야, 케렌, 조이는 바다로 향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로 떠난다. 에츠가 케렛, 쉬라 게펜 감독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다이고, 그것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폭력과 테러로 물든 이스라엘의 현실의 피신처이자 구원과 위안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이 바다는 이스라엘의 제2의 도시, 텔아비브에 있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 서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인구 38만2천명의 도시. 수도인 예루살렘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지금은 중동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이자 이스라엘 최대의 경제, 문화(이스라엘은 1인당 박물관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이 나라의 박물관은 모두 텔아비브에 모여 있다)의 중심지다. 그러나 이 화려함 이면의 텔아비브는 중동의 가장 큰 분쟁 지역. 텔아비브는 공공장소에서 소총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테러와 폭력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도시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감독과의 대화’에서 에츠가 케렛 감독은 “도시가 이성을 뜻한다면, 바다는 비이성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이성이 승리하도록 안간힘을 쓰지만 항상 이기는 건 비이성입니다”라고 말했다.
3. 이스라엘의 젊은 배우, 사라 애들러
국내 영화팬에게 배우 ‘사라 애들러’라는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프랑스계 이스라엘인인 이 여배우는 지난 2004년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아워 뮤직> 주인공 주디스 역으로 프랑스를 비롯해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다만 <아워 뮤직>에서 아쉬웠던 점은 극의 하나의 캐릭터로서 기능을 하기보다 자의식 강한 거장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용된 점이다.
사라 애들러는 1999년 데이비드 바커 감독의 미국 인디영화 <모든 것의 걱정>에서 이스라엘 출신의 아이리스 역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2003년 <바이에테 프랑세즈>의 파스칼 역과 2005년 리처드 뎀보 감독, 아녜스 자우이 주연의 <니나의 집>에서 마를린 역을 연기하는 등 주로 프랑스영화에서 조연으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다가 같은 해 영화 <젤리피쉬>에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바티야 역으로 프랑스 영화계와 전세계에 다시 존재를 알렸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TV드라마 <Parashat Ha-Shavua>를 촬영하고 있는 사라 애들러. 경력에 비해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그녀이기에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