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마와리>는 비밀이 많다. 뻔히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도 비밀이고, 진짜 몰라서 비밀인 것도 비밀이다. 뭐, 몰라도 상관없지만 <다찌마와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여러 가지 것들을 류승완 감독의 목소리로 깔끔하게 정리해봤다.
1. 스위스 설원의 봅슬레이 액션을 만끽하라
자기 옷을 봅슬레이 삼아 내려오는 스키장 액션신은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다. 촬영하느라 정말 지랄발광을 했다. 장비도 없고 노하우도 없으니 테스트를 되게 많이 했는데 크게 두 가지 방식이었다. 먼저 스노모빌에 카메라를 태워 뒤에서 달리는 것, 근데 스노모빌이 턴이 잘 안 돼서 고생 많이 했다. 그러다 최첨단 장비까지도 생각해봤는데, 어디까지 갔느냐면 큰 고무보트에 사람을 묶어놓고 보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보트와 사람이 같이 쫙 가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컷한 이후의 상황이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막 박수쳤는데, 컷하면 보트도 멈춰야 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멈추지?’하는 얘기에 다들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열댓명이 보트랑 같이 막 뛰었다. 뛰다가 ‘스톱’ 하면 막 나뒹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쭈욱 미끄러지는 데는 사실 옷 밑에다가 장판을 깐 거다.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권유진 의상감독이 장판으로 한번 시험해봤는데 엎드려서 자세를 잡자마자 ‘악~’하며 그냥 사람이 없어지는 거다. 이거다 싶었지. (웃음) 진짜 재미있게 찍었다. 안타까운 건 다양한 코스로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생소한 스위스 지역이다 보니(웃음) 로케이션의 한계가 있었다. 대관령 아니냐, 뭐 그런 얘기도 도는 것 같던데 역시 영업비밀이라 밝히기 곤란하다(정답은 페이지 제일 아래에). 처음에는 진짜 스위스 융프라우라고 우기고 철조망도 다 우리가 거기다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시원하지 않나? 요즘 유행하는 빠삐코만큼? (웃음)
2. 몸을 아끼지 않는 대형 신인배우 리쌍
리쌍의 개리와 길은 상하이역신에서 다찌마와리가 상대하는 악당으로 출연한다. “왜 이리 아침부터 하늘이 못난 마누라 면상처럼 찌뿌둥한가 했더니, 버르장머리없는 손님을 맞으려고 그랬군”이라든지 “차가운 흙으로 만든 요에 구름 이불을 덮고 잠들게 해주마”라는 주옥같은 대사들을 날린다. 개리는 자연스런 대사 소화는 물론 택견 솜씨까지 뽐내고, 길은 조춘과 김유행 이후 사라진 대머리 액션을 부활시켰다. 이번 영화 주제곡도 불렀는데, 아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다. 역시 쓰러질 때는 무조건 배를 치켜들고 손을 쭉 내뻗으면서.
3. 압록강, 두만강이라… 진짜?
압록강과 두만강이 등장할 때 거대한 빨간 글씨가 주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다. 요즘 독도 문제와 더불어 압록강과 두만강이 중국령이니 어쩌고 하면서 또 보도가 되고 있는데, 우리 영화가 이미 그런 점을 짚어주고 있다. (웃음) 사실 두강이 등장할 때도 자막만 띄우지 말고 성우가 그때마다 ‘두만강!’ ‘압록강!’하면서 크게 읽어주는 것도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두분을 섣불리 김구(조상건)나 김좌진(김뢰하)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압록강과 두만강 장면을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히기 좀 곤란하다. 해외 로케이션의 비밀을 공개하기는 좀 그러니까. 다만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강이라고만 해두자. (그 강의 어느 대교인지 정답은 페이지 제일 아래에)
4. 장하다, 프린스턴대에서 LG에어컨을 쓰다니
이번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해외 로케이션의 묘미를 잘 느꼈으면 좋겠다. 미국 프린스턴대도 섭외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가장 큰 재미는 학생들이 마치 중학교 저학년용 영어회화 카세트테이프를 그대로 따라 읽는 듯 말하는 데서 온다. 처음부터 그런 영어 듣기평가 테이프 같은 효과를 내고 싶었는데 정말 뿌듯했다. 장소는 처음에는 연세대를 섭외하려 했는데 촬영허가가 나지 않아서 다른 학교로 옮겼다. 어느 학교인지도 영업비밀이라 밝히기 곤란하다. 다만 서울에 있는 학교들 중 스님이 좀 계시는 대학교라고만 해두자. 영어로 만든 표지판 갖다놓고 한참 미국 프린스턴대학이라고 촬영하고 있는데, 주인공들 뒤로 스님들이 지나가고 떡하니 LG에어컨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도 한참 웃었다. (어느 대학교인지 정답은 역시 페이지 제일 아래에)
5. 마적단 습격 총격신은 데이 포 나이트로
마적단 본거지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귀시장 세트에서 찍은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 양홍삼 미술감독이 비용 대비 효율을 만들어내는 데는 최고다. 그리고 ‘바다 스토리’라는 가게 이름도 미술팀의 아이디어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마적단 본거지 뒤로 골프장도 보인다. (웃음) 총격전은 데이 포 나이트로 찍었다. 옛날 서부극이나 액션영화 보면 밤장면을 낮에 찍는 그 독특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데이 포 나이트 촬영 역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그건 오직 영화에만 있는 시간인 거다. 그래서 실수로 잡힌 사람들은 낮에 하는 행동들을 마치 눈에 불이라도 달린 양 밤에 하기도 하고. (웃음)
6. 변사로 목소리 출연한 류승완 감독
초반부 마담 장(오지혜)의 이야기는 변사의 얘기로 보인다. 그 변사 목소리를 내가 했다. 예전 신출 선생님의 변사 연기를 직접 본 적 있는데 정말 그 느낌이 좋았다. 신무기 개발하는 남 박사로 나온 김영인 선생님의 목소리는 씨네2000 이춘연 대표님의 목소리다. 근데 이건 누가 알까 싶기도 하고. (웃음) 황보라의 목소리는 두 종류다. 남자아이 같은 소녀 목소리와 진짜 어리고 앳된 소녀 목소리 두개로 설정했다. 처음에는 <보노보노>처럼 노곤하고 귀찮은 듯한 목소리 톤 하나로 가려했는데 나중에 편집하면서 더 엉뚱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 성우가 내는 소년 목소리 톤에 대한 판타지도 있어서 두 가지로 설정했다. 그래서 다찌마와리에게 마음을 열 때 소녀 목소리를 내고 다시 또 금방 소년 목소리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톤이 왔다갔다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다찌마와리를 떠나보내면서 최선을 다해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내보는데 안타깝게도 고음역대에서 무너지는. (웃음)
7. 정두홍을 찾아라
다찌마와리가 마적단 본거지로 쳐들어갈 때 정두홍 무술감독이 나온다. 허명행 무술감독(<올드보이>의 복도 장도리 액션신에 등장하는 ‘조폭’ 같은 짧은 머리의 배우)하고 둘이서 어설픈 동작으로 서로 죽이며 허무하게 죽는데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장면은 정두홍 감독과 내가 하려고 했었다. <짝패>에서 우리 둘이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 짝패를 이 영화에서 죽여버리자고 했다. <짝패> 속편 얘기가 다시는 안 나오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출만 하려고 했는데 또 분장하고 옷 갈아입고 그러는 게 싫었다. 그래서 그냥 허명행 감독하고 둘이 하라고 했다. 그러니까 나보고 “한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정두홍 감독이 삐쳤다. 그게 참 미안했는데 막상 촬영 시작하니까 그냥 단순한 슬랩스틱으로 탁 칼을 내려치면 되는데, 그걸 자기가 설정을 따로 해왔는지 굳이 한 바퀴 팽 돌면서 내려치더라. (웃음)
8. 다찌마와리의 대역은 누구?
옛 인터넷 버전의 <다찌마와리 >때는 유상섭 무술감독이 다찌마와리 대역을 했다. 이번에는 강영묵 무술감독이 그 대역을 했다. 지금 서울액션스쿨에서 가장 발차기를 잘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점프하는 탄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강철중: 공공의 적1-1>에서 정두홍과 공동 무술감독을 했다. 여자 대역은 액션스쿨의 조주현 누님이 했는데 마리(박시연)가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뒤집히는 장면은 사실 NG였다. 그래서 “2종 보통면허라고 했잖아!” 하는 대사를 급조해서 넣었다. 오토바이가 완전히 뒤집혀서 목이 꺾이는 정도여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9. 기타등등 여기저기 비밀은 없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서 찍었는지 다 말하자. 열차장면은 전라도 곡성에 가면 열차마을이라고 있다. 물론 <놈놈놈>처럼 기차가 움직이진 않는다. (웃음) 그래서 창문으로 보이는 기차 밖 풍경이 없잖아. 네바다주 군사비행장은 충청도 근처 비행장이고, 맨 처음 나오는 베이징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여기 우리 사무실 길 건너에 있는 클럽 건물이다. 사무실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찍었다. 또 만주 국제무역시장은 양수리고, 만주는 영종도다. 그래서 나중에 보니까 날아가는 비행기도 찍혔더라. (웃음) 스위스비밀은행 축협지점이나 오페라극장,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목장도 그럴싸하지 않나? 정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 <다찌마와리>가 담아낸 외국 풍경은 이국적 체취가 물씬 풍기는 국제첩보영화로서 이 영화를 봐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정답 공개: 차례대로 용평스키장, 성수대교, 동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