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헬보이2: 골든 아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배우 더그 존스 인터뷰
2008-09-11
글 : 황수진 (LA 통신원)

“팬들이 전편에 괴물이 너무 없다고 지적해 2편에는 많이많이 넣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축하한다. 또 한번 큰 발걸음을 내딛은 기분이 어떤가.
=또 하나의 모험을 막 끝낸 기분이다. 정해진 예산이 언제나 그렇듯이 빠듯해서 헝가리에서 촬영하고 후반 작업은 런던에서 했다.

-<판의 미로…>를 만들 때, <헬보이2>의 각본을 썼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두 영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인간의 속물성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환상세계를 다룬 점에서 비슷한 테마니까. <헬보이2>는 곳곳에 유머가 배어 있긴 하지만, 두 작품 다 기본적으로 우울한 색채를 띠고 있다. 무너져가는 사람 모양의 게이트나 죽음의 천사는 그 상징적인 이미지들이다. 자세히 보면 <판의 미로…>에서 사용했던 공기에 나부끼는 꽃가루를 <헬보이2>에서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보다 괴물이 더 좋은 모양이다.
=내가 괴물을 좋아하는 거야 다 알지 않나. <미믹> 때 미라 소비노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당신은 정말 벌레를 좋아하는군요”라고 하더라. “정말 그렇다”고 대답했다. 글쎄. 나는 (인간인)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우리는 숭고하면서도 끔찍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헬보이가 아버지가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나 새 생명이 소중한지.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영혼의 교감이라든지, 그런 멋진 일들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 동시에 인간사회가 얼마나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뉴욕 시내에서 헬보이가 폭발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아기를 구해내는 장면은 출산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디자인했던 것도 다 그런 맥락이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편이라는데 사실인가.
=팬들의 의견을 분명히 참고하는 것은 사실이다. 전편에 대한 불만 중에 하나가 괴물이 너무 없다라는 지적이었고 그 말은 맞다. 헬보이가 싸워야 했던 상대가 달랑 셋이었으니까. 그래서 2편에서 괴물을 많이많이 넣었다.

-호빗 프로젝트를 맡기로 정해졌는데, 부담스럽지 않은가.
=비유하자면, 뉴욕 필하모니에서 서곡을 한번 작곡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거나 혹은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데 그 꼭대기에 펜트하우스를 지어보지 않겠느냐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하자. 이 모든 제안에 대한 나의 대답은 주저없이 “당연히 합니다!”이다. 장인정신으로 쌓아올려진 교향곡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다. 영광이고 신나는 일이다. 레이싱 챔피언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일곱살이었던 내게 미니 오토바이를 사줄 만큼 꽤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웃음) 그때 아버지 왈, 만약 오토바이 타기가 조금이라도 두렵다면 절대로 타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조금이라도 주저된다면, 두려움을 느낀다면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오스카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정장이 두벌 더 생겼다는 것. (웃음) 축복받은 기분이다.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 인정받은 셈이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오스카상을 받기 전에 이미 <헬보이2> 제작에 들어갔다는 점이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상을 받고 나서 오히려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데 무척 부담이 심했을 것 같다.


“괴물 연기도 다 같은 연기임을 보여주고 싶다”

아베 사피엔, 챔벌레인, 죽음의 천사 3역 맡은 더그 존스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나.
=1997년 <미믹> 때 기예르모 델 토로를 처음 만났다. 촬영 이틀째 점심먹는데 기예르모가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괸 채 내게 걸걸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서로 통하는 감독을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프로덕션디자이너 출신이기도 했던 그는 토니 가드너 등 이전까지 내가 거쳐갔던 수많은 분장디자이너들에 대한 일화를 들려줄 때마다, “그들 작업을 정말 좋아해! 더 이야기해줘!”라고 졸라댔다. 그때 내게 명함이 있냐고 묻기에, 내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는 명함 한장을 건넸는데 그로부터 딱 5년이 지난 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헬보이>라는 만화가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전해듣기론 디자인이 끝나 기예르모와 디자인팀이 회의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아베 사피엔 말이야…. 그러고보니, 더그 존스랑 좀 닮지 않았어?”라고 했더니, 기예르모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더그 존스… 흠. 더그 존스라고? 나 더그 존스 알아!” 하더니 지갑에서 바로 내 명함을 꺼냈다고 한다. “당장 전화 걸자!”면서. <헬보이2>에서는 죽음의 천사와 챔벌레인이라는 캐릭터도 추가로 맡게 되었는데, 기예르모의 스크랩북에 죽음의 천사를 디자인한 페이지의 주석에는 더그 존스와 같은 느낌… 이라고 적혀 있다.

-델 토로가 당신의 손놀림 하나하나와 같은 보디 랭귀지에 대해 지시하는 편인가.
=처음 아베 사피엔 역을 맡고 물고기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했다. 피팅실에 온 기예르모가 물고기 동작을 연습하는 나를 보더니 “완벽해!” 하고는 가버렸다. <헬보이2>의 챔벌레인 역에 대해서도 기예르모는 “(기예르모의 걸걸한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며) 챔벌레인은 말이지…. (갑작스레 톤을 높이고는 숨을 내쉬며) 오우.”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웃음) 기예르모의 시나리오는 정말 아름답다. 거기다 그가 얼마나 아름답게 찍어내는지 알기 때문에 일단 준비된 환상적이고 무지 무거운(!) 코스튬을 입고 분장이 끝나면, 그냥 그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감독과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은 하루에 18시간씩 촬영해야 할 때 특히 유효하다.

-이번 작품에는 전작과 달리 자신의 목소리가 그대로 쓰였는데, 연기할 때 더 신경이 쓰인다든가 하지 않았나.
=훨씬 마음이 편했다. 이제는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 교체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연기에 임했으니까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나.

-<판의 미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리처 액팅(Creature Acting: 특별히 고안된 슈트를 입고 짙은 분장을 통해 괴물 연기를 하는 경우) 대해 연기의 한 갈래로서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론 채니나 벨라 루고시 등 괴물 연기자들의 황금시대 이후로 괴물 연기는 뭐랄까 이류 연기라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고 할까. 나는 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는 것도 꽤 괜찮은 것임을, 우리 모두 다 같은 연기자임을 보여주고 싶다.

-괴물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시나리오를 읽고, 그 캐릭터의 핵심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머릿속으로 한참 고민하고 나서 밤이 되면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어떻게 걸을 것인지, 어떻게 설 것인지, 괴물의 얼굴 표정을 지어가며, 기괴한 소리도 내어가며 거울 보고 연습한다. 때로는 땅바닥을 기어다녀도 보고, 그러는 과정을 통해 어떤 근육을 키워야 할지 고민하고 그런다. 그리고나서 메이크업이나 분장한 뒤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분장 이후 어떤 제약 사항이 있는지, 반대로 평소에는 누릴 수 없는 이점은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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