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대 홍콩인’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 <매드 디텍티브>
2008-09-04
글 : 김성훈

<매드 디텍티브> Mad Detective
두기봉, 위가휘|홍콩|2007년|87분|컬러|국제경쟁부문

번 형사(유청운)의 눈에는 다른 사람의 인격이 보인다. 형사인 그가 남다른 재주를 사건 해결에 활용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경찰 서장 앞에서 했던 이상한 행동으로 미친 형사라는 오명을 쓴 번 형사는 결국 경찰을 그만둔다. 몇 년 후 잠복 중이었던 형사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담당자 호 형사(안지걸)는 사건 수사에 번 형사를 다시 끌어들인다. 현재 홍콩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기봉 감독은 전작을 통해 ‘현대 홍콩’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이번 영화인 <매드 디텍티브>는 ‘현대 홍콩인’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로 들어갔다. 영화에서 번 형사는 자신의 눈을 과신한다. 왜냐하면 눈을 통해서 사건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 형사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다. 번 형사에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실재인지, 보이는 것 이면에 또 다른 실재가 있는지, 그 사이의 경계를 애매하게 줄타기한다. 그것을 통해 영화는 홍콩 반환 후 중국 대륙에 완전히 편입되지 못하는 홍콩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준다. 두기봉 감독의 남자, 유청운이 <암전> 이후 관객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보이는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 상영작에서 놓칠 수 없는 걸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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