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해서 아주 고약한 인상이 있었어. 그 무식한 놈들 때문에…” 1968년 만들어진 조긍하 감독의 <잘돼갑니다>는 박정희 정권의 검열로 개봉하지 못한 비운의 영화다. <잘돼갑니다>의 시나리오를 썼던 한운사(85) 작가는 3.15 부정선거와 이승만의 하야를 다룬 본격 정치풍자물인 이 영화가 개봉 직전 당국의 제지로 인해 창고로 직행했고, 20년 후에야 햇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중에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신비성이 없어져버렸지. <제1공화국> 같은 드라마들이 이미 만들어졌으니까” 1960, 70년대 인기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잘 살아보세> <누가 그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잘돼갑니다>가 제때 개봉했다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후락이가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야. 국도극장에서 제대로 개봉했다면 조긍하 감독도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르고, 기획자인 김상윤 씨의 운명도 그렇게 안됐을 것이고, 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운명도 바뀌었을지 몰라. 정치인들이 잘못된 판단이 후세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거지” 한운사 작가는 당시 정권에겐 “건들지 말라는 걸 건드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때 영화에는 일본 사람들은 다 폭력 헌병 아니면 악랄한 고등계 형사야. <현해탄은 알고 있다>에서 내가 깨버렸다고. 전쟁의 상처가 아직 생생한데 <남과 북>을 썼고. <잘돼갑니다>만 해도 나를 잡아넣고 싶었을 거야. <잘 살아보세> 때문에 나를 어떻게 하진 못했지만” 한 작가는 애초 시나리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승만을 깔아 뭉개고 싶었다”고 한다. “저 늙은이가 젊은 놈들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갑갑함에서 출발한 시나리오는 결국 “권력에 대한 인간들의 욕심”이라는 테마로 완성됐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형형한 눈빛을 되쏘던 그는 “인생의 ‘맛’과 ‘멋’을 알아야 작품이 가능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명동거리 한복판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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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갑니다> <족보>의 원로 시나리오 작가 한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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