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우리의 ‘밀키웨이 스타일’은 계속될거다
2008-09-06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두기봉과 <매드 디텍티브>를 공동 연출한 위가휘 감독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에게 맥조휘라는 황금 콤비가 있듯, 현재 홍콩영화계 최후 거장으로 칭송받고 있는 두기봉에게는 위가휘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주윤발 주연 <화평본위>(1995)로 데뷔한 뒤 TVB 방송국에서 일하던 시절 알고 지냈던 두기봉과 함께 1996년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누아르건 코미디건 종종 두기봉과 공동연출을 하거나 각본을 써주며 밀키웨이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데, 두기봉이 ‘밀키웨이의 실제 브레인’이라 말할 정도로 탁월한 아이디어와 프로모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매드 디텍티브>는 밀키웨이 이미지의 지난 10년을 총결산하는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귀마광상곡>(2004), <희마랍아성>(2005), <최애여인구물광>(2005) 등 최근 두기봉과 공동 연출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유에서였나?
=보통 두기봉과 함께 할 때 두 가지 형태의 영화가 있다. <풀타임 킬러>(2001)처럼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누아르 영화가 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코미디인 <역고력고신년재>(2002), 멜로인 <턴 레프트, 턴 라이트>(2003)같은 지극히 상업적인 목적의 영화가 있다. 양쪽 모두 열심히 임하는 작품들이지만 후자의 영화들이 전자의 제작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게 두기봉과 함께 해오다가 지난 3, 4년 동안 차이나스타라는 영화사에서 매년 만드는 하세편 연출을 맡게 됐다(설날 등 연말연시 흥행대목을 겨냥해 개봉하는 상업영화로, <가유희사> <화전희사>처럼 주로 ‘희사’라는 제목이 붙은 영화들이 많다-편집자 주). 개인적으로는 그런 희극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매드 디텍티브>의 유청운은 굉장히 분열증적인 형사지만 당신과 함께 한 코미디 영화들에서는 또한 너무 코믹하다. 한 배우의 서로 다른 두 모습을 함께 본 느낌이 어떤가?
=어떨 때는 코미디에 더 강한 배우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코미디라는 게 타이밍이 정말 중요한데 그걸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유청운은 TVB에서 일할 때부터 많은 작업을 했다. 유청운과 참 많은 드라마를 같이 했는데 정말 많은 배역을 맡겨봤던 것 같다. 어떤 역이든 소화하지 못하는 게 없었다. 그런 신뢰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그런 두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건 홍콩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코미디에 능한 배우가 드라마에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유청운이 그렇다.

-한자제목이 유사한 과거 <무미신탐>(1995)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특별히 염두에 둔 적은 없다. <무미신탐>이 전형적인 수사물이라면 <매드 디텍티브>는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전혀 다른 개념에서 출발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미신탐>의 유청운은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인데 <매드 디텍티브>의 유청운은 오히려 감각이 지나쳐 정신병적인 상태다. 무엇보다 <무미신탐>의 유청운은 부상으로 인해 잘 먹질 못하는데 <매드 디텍티브>에서는 참 잘 먹는다(웃음).

-두기봉과는 TVB에서 어떻게 알게 됐나?
=당시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것은 아니었다. TVB에서 두기봉은 제작파트였고 나는 연출쪽이었다. 그래서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는데 어쩌다 단막극을 딱 한 번 같이 하게 됐다. 그 작품으로 서로 인정받는 분위기였고. 이후 두기봉은 나보다 훨씬 일찍 80년대 때부터 영화계로 건너가 연출부를 시작으로 감독까지 됐다. 그러면서 자주 만날 일이 생겼고 같이 회사를 차려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도 나눴다. 결국 나 역시 방송국을 나와 영화 데뷔를 하게 됐는데 두기봉이 ‘이왕 영화계로 나왔으니 예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같이 영화사를 차리자’고 제의했다. 그게 밀키웨이 이미지의 시작이었다.

-<매드 디텍티브>는 밀키웨이 이미지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물론 장르와 스타일 면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싶고 역시 또 새로운 영화들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매드 디텍티브>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지만 그 시작이 심각했던 건 아니다. 두기봉과 술 마시면서 같이 얘기하고 농담하다가 튀어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놀면서 찍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전 영화들과 중복되는 느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밀키웨이 스타일’이라 말하는 그런 느낌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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