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관객을 롤라의 노예로 만드는 마법 <롤라 몬테스>
2008-09-07
글 : 이영진

<롤라 몬테스> Lola Montes
막스 오퓔스/프랑스, 서독/1955년/110분/컬러/공식초청부문

낭만의 조물주라 불리는 막스 오퓔스의 마지막 작품. 그가 남긴 유일한 컬러영화이기도 하다.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왕 등 쟁쟁한 남성들을 품었으나 이제는 서커스단에서 인형 노릇을 하는 댄서 롤라 몽테(마르틴 카롤). 곡예단장의 채찍이 요동칠 때마다 카메라는 현란한 트래킹을 선보이며 스캔들 메이커의 굴곡 많은 애정편력사를 한장씩 열어 보인다. 초대형 예산을 들여 시네마스코프와 테크니컬러로 치장한 영화가 선사하는 시각적 쾌락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자유를 박탈당한 롤라가 화려한 과거를 곱씹는 동안 막스 오퓔스는 관객을 그녀의 충실한 노예로 만드는 이중 마법을 선보인다. 분절적인 플래시 백 구조의 이야기 구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주인공들의 운명은 항상 관객들에게 미리 알려진다. 주인공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실수를 이미 저질렀거나, 아니면 그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순간을 지나쳐 버렸다. 이러한 장치들로 인해서 영화를 보면 애잔한 느낌이 들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 즉 결코 맛볼 수 없게 된 기쁨에 대한 상실감과 미련을 느끼게 된다” 제프리 노웰-스미스의 이같은 지적은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는 과거 장면의 나열과 조합이 어떻게 생생한 감정의 파동을 전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롤라 몬테스>는 개봉 당시 말을 잃고 의지를 상실한 극중 주인공의 운명을 겪어야 했다. 오랫동안 개봉 직전 제작자에 의해 가위질 당한 것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을 때마다 새 편집본이 탄생해 무덤 속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이번 상영에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첫 번째 판본을 바탕으로 4년 동안 충실히 복원한” 버전이 첫 공개된다. 숙련된 영화 장인의 솜씨가 어떤지 맛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선택해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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