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두기봉] 위가휘는 브레인이고 나는 육체노동자다
2008-09-09
글 : 주성철
<매드 디텍티브>의 두기봉 감독

두기봉, 위가휘의 <매드 디텍티브>는 현재 홍콩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두 감독의 최전선이다. ‘미친 형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경찰서를 떠나야만 했던 번 형사(유청운)는 독특한 수사방법으로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두기봉과 위가휘는 그 미친 형사의 다중인격 속으로 들어가 도덕과 진실, 선과 악의 경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기봉은 자신의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한 이후 좀더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풀타임 킬러>(2001), <대척료>(2003) 등 종종 공동연출을 하고 있는 위가휘도 변함없는 영화적 동반자다. 하지만 위가휘가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찾은 반면 그는 국내 영화제들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현재 <암흑가의 세 사람> 리메이크 작업으로 인해 역시 당분간 한국을 찾을 일이 없다는 그에게 서면으로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한국에 오지 않나? 혹시 과거 한국과 공동작업했던 <언픽스>(1996) 당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인가.
=그런 건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내 영화가 많이 상영돼서 늘 고마워하고 있고. 올해도 <문작>이 상영되는 것으로 안다. 꼭 가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암흑가의 세 사람> 촬영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매드 디텍티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위가휘와 함께 설립한 ‘밀키웨이 이미지’ 프로덕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품을 하나 같이 하고 싶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새로울뿐더러 향후 회사의 새로운 제작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매드 디텍티브>가 딱 그런 작품이었다.

-다중인격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그 아이디어는 위가휘가 얘기해준 거다. 영화는 사실 다중인격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악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인간은 마음속에 다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탐욕이나 죄 등. <매드 디텍티브>는 그런 아이디어를 화면으로 옮겨보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캐릭터의 시점으로 촬영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다른 버전들로 찍고 편집하면서 결정하고 했다.

-위가휘에 대해 얘기해달라.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지, 작업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궁금하다.
=위가휘는 우리 회사의 브레인이다. 반면 나는 그냥 육체노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위가휘와 일하게 되면 나는 아주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나 혼자 연출을 하게 되면 감독으로서의 내 느낌에 더 신경이 쓰인다. 현장에서 우리는 일을 똑같이 나눠서 한다. 그가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나는 프로덕션을 처리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일을 분담하다가도 언제나 최종편집은 함께 결정한다.

-<매드 디텍티브>는 유청운과 정말 오랜만에 함께 만난 영화다. 왜 그동안 그와 함께한 작품이 뜸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과거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많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에 대한 평가를 해준다면.
=유청운은 홍콩 최고 배우 중 하나다. 그와는 <TVB>에서 일할 때부터 각별한 사이였다. <매드 디텍티브>를 하기 전에는 주로 <역고력고신년재>나 <아좌안견도귀> 등 좀 색다른 작품들을 했었다. 하지만 초창기 밀키웨이 이미지 영화들에서 그는 굉장히 강한 역할을 맡았었다. 그래서 <매드 디텍티브>가 그 시절 <무미신탐> <암화> <암전> 같은 영화들의 느낌을 추억하면서 다시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캐릭터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그 역시 유청운 스스로 창조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그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웃음)

-<매드 디텍티브>는 한자 제목의 유사성에서 역시 유청운이 주연을 맡았던 <무미신탐>(1995)을 떠올리게도 한다.
=두 영화 사이에 특별한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무미신탐>은 내 성향을 강하게 반영했던 첫 번째 영화라는 의미가 있고 <매드 디텍티브>는 내가 그렇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는 것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유청운으로 그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했다.

-유청운 외에 임가동도 매력적이다. <흑사회2>를 비롯한 당신의 다른 작품에서도 무척 인상적으로 봤다. 최근 당신이 임가동에게 점점 더 큰 비중을 주고 있는 것도 같고.
=임가동은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세밀한 감정 표현에 뛰어난 배우다. 나 역시 <흑사회2>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에 정말 전율을 느꼈다. 그의 멋진 연기는 <문작>에서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거다.

-당신 영화에서 번화한 홍콩 시내 로케이션을 보여줄 때는 매우 놀랍다. 그 비결은 뭔가.
=나는 홍콩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도시’라는 것 자체가 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다. 홍콩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늘 변함없다. 홍콩을 꼭 도쿄나 뉴욕처럼 보이게 할 필요는 없다. ‘비결’에 대해 묻는다면 음, 사실 특별하다기보다 한 구성원의 문화와 전통에 충실하다는 것, 그것인 것 같다.

-주목하고 있는 후배감독이 있나.
=우리 밀키웨이 이미지에서 <근종>을 만든 유내해와 최근 <군계>를 만든 정보서다.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중화권 감독은 단연 호금전이다.

사진제공 케이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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