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여고생 딸, 엄마에게 이주노동자 남친을 소개하다
2008-09-30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장영엽 (편집장)
신동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반두비> 촬영현장

좁고 예민했다. 지난 9월4일 공개된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의 촬영현장은 충무로의 한 지하노래방이었다. 촬영팀은 배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체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고, 제작부는 아주 작은 소리도 왕왕 울리는 노래방의 특성상 주변 건물에 양해를 구하러 다니기 바빴다. 이날은 주연배우 네명이 ‘유일무이하게’ 한자리에 모이는 날. 엄마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던 여고생 딸이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엄마에게 소개하는 날이기도 하다. 노래방 카운터를 보던 엄마(이일화)는 딸(백진희)과 손을 맞잡은 남자(마붑 알엄)의 ‘다른’ 얼굴색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지고, 딸은 그녀의 새아빠가 되고 싶다며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있는 한량(박혁권)의 존재가 마뜩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들은 살벌한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듯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카림이라고 합니다.” “…잘생겼네.”

지난 2005년 <방문자>로 주목받았던 신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반두비>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로맨스를 다룬 보기 드문 작품이다. 벵골어로 ‘참 좋은 친구’를 뜻하는 영화제목처럼 신 감독은 이 영화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다뤘던 <방문자>의 연장선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평했다. 이주노동자 카림 역을 맡은 마붑 알엄은 실제로 10년 전 일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방글라데시인이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현재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주노동자방송국 프로듀서를 함께 맡고 있는 그는 신 감독의 전작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외국인 인부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반두비>와 인연을 맺었다. <반두비>는 9월24일 촬영을 끝내고 내년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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