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의 시간> Firaaq
난디타 다스 | 인도 | 2008년 | 101분 | 아시아영화의 창 | 10:30 메가박스6?9
2002년 3월 인도 서북부에 위치한 파키스탄과 인접한 국경지역 구자라트주에서 2천여 명이 죽은 학살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이슬람교도들과 힌두교도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서로를 처참하게 죽인 종교분쟁. 이야기는 세 가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 가족. 집에 돌아오자 모든 것이 화재로 날아가 절망하는 부부. 두 번째 가족. 당시 학살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환청이 들리는 아내와 그녀를 나무라는 남편. 이때 그녀 앞에 이슬람 소년 모한(모신)이 나타난다. 세 번째 가족.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델리로 가려는 부유한 젊은 부부. 감독은 세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세 가족이 아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모슬렘 소년 모한이다. “너의 이름은 뭐니”라는 질문에 이슬람 언어인 자신의 이름 ‘모한’이라고 답하는 것은 그에게 곧 죽음과도 같은 것. 그만큼 거리는 비열하다. 영화의 마지막, 모한은 눈앞에서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다. 카메라는 모한의 충격 받은 표정을 클로즈업하여 길게 보여준다. 모한의 눈에 비친 이 살벌한 풍경이 바로 오늘날 부조리한 인도 종교분쟁의 모습이다. 인도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이 영화는 1950~90년대에 활동한 거장 사트야지트 레이의 영화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