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이처럼 한결같은 긍정적 반응을 받아본 적이 없다
2008-10-05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영원한 순간>의 얀 트로엘 감독

<영원한 순간>은 폭력적인 남편 아래서 여러 아이를 키우는 20세기초 한 노동계급 여인 마리아의 이야기다. 그녀는 우연히 카메라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동시에 그녀의 삶도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라져간다. 얀 트로엘은 잉마르 베리만, 보 비더버그와 함께 스웨덴 모던 시네마의 3대 거장으로 불리우는 감독이다. 그는 1968년작 <누가 그의 죽음을 보았는가>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했고, 이후 <이민자>(1971) <새로운 땅>(1972) 연작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영원한 순간>에서 얀 트로엘 감독의 손길은 또 다른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을 연상시킨다. 노동계급의 힘겨운 삶을 서정적인 이미지로 감싸 안는 바로 그 손길 말이다.

-다시 부산에 돌아온 기분은 어떤가.
=매우 행복하다. 2003년 당시에는 남포동 도심이 주요 무대였는데 해운대로 옮긴 것도 인상적이고, 특히 부산이라는 도시의 엄청난 성장 속도에 깜짝 놀라고 있다.

-<영원한 순간>은 어디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인가.
=내 아내의 가족사로부터 이야기를 빌려온 것이다. 주인공 마리아는 내 아내의 아버지의 고모다. 아내는 92살인 고모를 6년 동안 인터뷰한 뒤 지난해 책으로 펴냈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마리아의 삶이 세기 초 스웨덴 여인으로서는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러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고, 그것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나 역시 14살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신은 20세기 초 스웨덴 노동계급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몇 편 만들어왔다. 66년작인 <This Is Your Life>나 71년작 <이민자> 같은 작품들 말이다.
=글쎄. 내 영화들이 항상 노동계급의 삶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론이다. 그건 내 어린 시절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덕에 부유하게 살았다. 그러나 내가 살던 지역은 매우 가난한 노동계급 동네였고 모든 내 놀이친구들도 가난했다. 그 기억이 영향을 미치는 걸 수도 있다.

-영화 속 스웨덴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충돌하는 시기다. 그 시대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겠나.
=당시 노동계급 운동이 발현하고 있었고 영화의 무대가 된 스웨덴 도시 ‘말뫼’에서는 총파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영국 상선을 폭파시켜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영원한 순간>은 바로 그 시기의 이야기다.

-당신과 함께 스웨덴의 3대 거장으로 불리던 잉마르 베리만이 얼마 전 사망했다. 그와는 어떤 관계였나.
=나에게 영감을 준 존재다. 그는 또한 내 영화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에게 대본을 보내면 곧바로 제작사들로부터 연락이 오곤 했으니까 말이다.(웃음)

-스웨덴에서 <영원한 순간>은 어떤 비평적, 흥행적 성과를 거뒀는가.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영원한 순간>은 지난 2년간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비평적 점수를 얻은 영화가 됐다. 이처럼 한결같은 긍정적 반응을 받아본 적이 없을 정도다. 여러 해 동안 나는 학교가 미디어와 영화를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지금 영화를 주로 보는 관객들은 스무 살에서 스무 다섯 살 정도의 젊은이들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영화나 미디어를 감식할 찬스가 주어진다면 그들 역시 예술영화들에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정크푸드만 줄 순 없는 일 아닌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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