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유럽 예술영화의 새로운 실험 <신의 사무실>
2008-10-05
글 : 김도훈

<신의 사무실> God’s Office
클레르 시몽 | 프랑스, 벨기에 | 2008년 | 122분 | 월드시네마 | 11:00 대영시네마2

<더 클래스> The Class
로랑 캉테 | 프랑스 | 2008년 | 120분 | 오픈시네마 | 7일 19:30 야외상영장

지금 유럽 예술영화의 새로운 실험을 확인하고 싶다면 두 편의 프랑스영화, 클레르 시몽의 <신의 사무실>과 로랑 캉테의 <더 클래스>를 보는 것이 좋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사회적인 문제를 스크린에서 탐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기법을 뒤섞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두 장르의 혼합이라는 골치 아픈 서커스를 기가 막히게 해냈다는 사실이다. 클레르 시몽의 <신의 사무실>은 여러 가지 문제(특히 피임과 낙태)에 봉착한 여성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는 여성 센터 ‘신의 사무실’을 무대로 한다. 이곳을 찾아오는 여성들은 크건 작건 자신만의 은밀한 비밀이 있다. 한 소녀는 섹스를 시작할 나이가 되자 피임약을 복용하려 하고, 한 소녀는 콘돔을 챙겨주면서도 자신을 창녀라고 부르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난 상태며, 또 다른 소녀는 보수적인 무슬림 엄마에게 들킬까봐 피임약을 바깥에 숨겨놓고 다닌다. 어떤 여자는 아이를 간직하고 싶어 하고 어떤 여자는 하루빨리 낙태를 하고 싶어 한다. 베아트리체 달, 내털리 베이(<포르노그래픽 어페어>), 이자벨 카레(<마음>), 안느 알바로(<타인의 취향>) 같은 프랑스 여배우들이 카운셀러를 연기(혹은 경험)하며 실제 여성이나 가상의 캐릭터들과 대면하고,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인 클레르 시몽은 그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아낸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랑 캉테의 <더 클래스>는 이민자 노동계급 자녀들이 다니는 파리 교외 학급 내부의 사회·문화적 충돌을 그려내고 있다. 로랑 캉테는 원작 수기의 저자인 실제 교사와 학생들을 교실에 밀어 넣은 뒤 그들이 만들어내는 즉흥적인 연기를 3대의 카메라에 담아냈다, 덕분에 <더 클래스>는 완전한 극영화가 성취하기 힘든 극적 진정성에 도달한다. <신의 사무실>과 <더 클래스>는 영화가 여전히 진화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가라. 그리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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