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의 단면들 <서비스>
2008-10-06
글 : 김성훈

<서비스> Service
브리얀테 멘도사 | 필리핀, 프랑스 | 2008년 | 94분 | 아시아영화의 창 | 20:30 프리머스1,6

마닐라 시내에 있는 도산 직전의 낡은 성인영화 동시상영관. 이곳의 하루는 꽤 고단하다. 극장의 여주인 네이다는 아들 조나스의 학교 준비에서부터 극장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할머니의 푸념, 아버지의 법정 변호사의 비용, 자신을 희롱하는 극장 벽의 성적 낙서, 극장 직원들간의 싸움까지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카메라는 일관된 움직임으로 극장의 긴 하루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가령 카메라의 움직임은 네이다를 따라가다가도 극장 직원들이 매춘여성을 불러 섹스를 하는 장면으로 빠진다든지 극장 간판 화가의 애정문제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극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즉, 1인칭 시점의 위치와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위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무엇보다 영화의 힘은 카메라가 대상을 정면에서 당당하게 바라본다는 데 있다. 극장 영사실 직원이 매춘여성과 근무 중에 섹스를 할 때, 카메라는 민망할 정도로 객관적인 위치에 있다. 게다가 네이다의 아들 조나스는 이 풍경을 정면에 서서 지켜본다. 이 두 장면이 교대로 충돌할 때, 관객은 이 풍경을 어떠한 감상도, 왜곡도, 동정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이같은 촬영과 컷 분할은 이 영화의 서사전개방식과 맞물렸을 때 빛을 발한다. 감독은 하나의 큰 주제, 목표를 중심으로 인과관계에 따라 서사를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의 단면들을 스케치해간다.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유스러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쌓인 단면들은 어느새 서사의 골격을 갖추게 된다. 전형적인 서사전개를 탈피하여 역으로 이용한 서사전개는 이야기의 성격과 적합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감독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또한 제작상의 이런 요소들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네이다의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일해요”라는 푸념과 만났을 때, 정서적인 움직임은 극대화된다.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서비스>는 이번 영화제에서 꼭 챙겨봐야 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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