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수채화 같은 청춘의 서정 <구월풍>
2008-10-07
글 : 주성철

<구월풍> Winds of September
린슈유 | 홍콩, 대만 | 2008년 | 105분 | 35mm | 아시아영화의 창 | 20:00 프리머스9

대만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990년대 대만 죽동고등학교의 어느 날, 옌과 탕을 비롯한 9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늘 어울려 다닌다. 딱히 불량 친구들은 아니지만 프로야구에 미쳐 있는 이들은 야구장에서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이들의 리더격인 옌은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탕은 옌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속만 태우고 있다. 다른 진짜 건달들과 싸우기도 하고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이들의 우정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 위태로움은 결국 옌의 불미스런 교통사고로 영원히 틀어지고 만다.

<구월풍>은 아련한 옛 추억을 자극하는 청춘드라마다. 밤에 삐삐로 서로서로 연락해 만난 친구들은 한밤의 학교 수영장에서 일탈을 만끽한다. 벌거벗은 남자아이들의 해맑은 우정, 프로야구를 향한 애타는 사랑, 그리고 여름을 배경으로 하복을 스며드는 바람의 느낌 등 <구월풍>은 제목처럼 선선한 바람이 오가는 수채화 같은 청춘의 서정을 그려내고 있다.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좌절은 천천히 찾아와 순간의 충격이라기보다 하나의 통과제의처럼 담담하게 지나간다. 옌과 여자친구가 비디오방에서 보는 영화가 허우샤오시엔의 <연연풍진>임을 떠올려보면 성장영화로서 <구월풍>이 보여주는 색깔은 분명하다. 홍콩 배우 증지위가 제작한 영화로 그는 옌의 아버지로 우정 출연하며, 옌을 연기한 혼혈배우 리디언 보건은 새로운 스타 탄생 예감이다. 초창기 프로야구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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