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얀테 멘도사의 영화 <서비스>에 등장하는 이 극장의 이름은 ‘패밀리’다. 정겨운 이야기가 피어날 것 같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다. 화장실의 하수도는 막혀있고 복도마다 ‘성행위 금지’라고 쓰여 있으며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그걸 보는 대신 따라 하는 관객이 더 많은 곳이다. 여기는 필리핀의 빈민가에 위치한 다 쓰러져 가는 동시 상영 극장이다. 늘 섹스물이나 틀어주며 인근 클럽에 출근하는 게이들을 손님으로 받는다. 그들은 이곳을 아지트처럼 드나들며 영화도 보고 장사도 한다. 하지만 비관적이거나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이걸 만든 브리얀테 멘도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되는 것”이라고 밝게 웃으면서 말한다. 삼대가 운영하는 이 극장에 살고 있는 인간 군상들을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싶었다고 한다. 게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중혼죄로 남편을 고소한 중년의 여인이 실제 운영하는 극장 이름이 패밀리였다. 1년 동안이나 리서치를 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고민했는데 이 극장을 알고 나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는 활기가 흐르는데 카메라는 거의 극장 안에 있으면서도 많은 인물들을 다각적으로 잡아낸다. 그건 멘도자가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어 한 주제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라 할 만 한 건 도덕적인 문제들이란 늘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멘도자가 인터뷰 동안 반복적으로 강조한 건 “관객들이 직접 판단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길 원하고 그게 3차원적인 관람경험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점이 멘도사가 영화로 우리에게 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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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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