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다른 접근법으로 보비 샌즈의 투쟁에 접근 <헝거>
2008-10-09
글 : 김도훈

<헝거> Hunger
스티브 매퀸 | 영국 | 2008년 | 96분 | 컬러 | 플래시 포워드 |17:00 대영2

보비 샌즈의 이름은 북아일랜드 투쟁의 상징이다. 북아일랜드 독립운동에 대한 대처 전 영국 정부의 강경정책에 항거하며 옥중 단식을 시작한 그는 결국 1981년 66일간 모든 음식을 거부하다가 죽었다. 보비 샌즈의 죽음은 북아일랜드 주민들의 거대한 항거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대처 정부의 강경정책을 누그러뜨렸다(물론 역사는 이후로도 계속됐고 IRA의 테러도 계속됐으며 북아일랜드는 이제 독립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보비 샌즈의 투쟁은 몇번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 개봉했던 테리 조지의 <어느 어머니의 아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스티브 매퀸의 데뷔작 <헝거>는 다소 감상적인 북아일랜드 독립운동영화들과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보비 샌즈의 투쟁에 접근한다. 여기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육체다. 매퀸의 카메라는 투쟁하는 보비 샌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똥과 오줌을 버리지 않는 배설물 투쟁을 시작한 뒤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죽어가는 죄수들의 싸고 맞고 떨고 굶는 육체적 항거에만 오로지 집중한다. <헝거>에 정치적인 투쟁을 다루는 대다수 영화들의 우둔한 감상주의는 철저하게 제거되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정짓는 싸구려 선동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헝거>는 바로 그처럼 차가운 카메라 덕분에 진실로 감동적인 성찰에 이른다. 거론의 여지없이 ‘올해의 데뷔작’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영화다.

관련 영화